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속전속결식 해결’을 강조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단기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미정상회담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 이행을 위해 얼마나 빨리 움직이고 있다고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이것은 수십 년 간 계속돼 온 것이지만 나는 정말로 서두르지 않는다”며 “그러는 동안 막후에서 아주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러 정상회담 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도 “우리가 북한과 잘하고 있어서 아직 시간이 있다. 수년간 계속된 일인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북한 비핵화와 체제보장 문제를 일거에 맞바꾸는 ‘속전속결’식 해결론을 강조해왔다. 과거처럼 이행단계를 설정하고 단계별로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동시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접근방식을 피하겠다는 판단이었다. 지난 3월 북미정상회담 수락 초기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내세우며 ‘빅뱅’ ‘원샷’ ‘일괄타결’ ‘트럼프 모델’이라는 설명을 동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후 한반도 비핵화를 ‘과정(process)’이라고 설명하며 속도 조절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칠면조 요리론’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노스다코타주 유세에서 “(비핵화를)서두르면 스토브에서 칠면조를 서둘러 꺼내는 것과 같다”며 “더 서두를수록 나쁘고, 더 오래 할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북핵 협상을 북한 뿐 아니라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복잡하게 끼어있는 문제로 인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계적·동시적 행동을 요구하는 북한에 맞서 과도하게 ‘조속한 핵폐기’ 요구를 밀어붙였다가 판이 깨지는 상황을 염려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1월 중간선거라는 대형 정치일정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결국 북핵 협상문제에 대해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