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문고리 권력’ 논란에 휩싸였다. 26세의 대통령 보좌관이 정부 반대 시위에 나선 시민을 폭행하고 공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권력을 남용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지지율 하락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 이후 최악의 정치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프랑스 경찰이 21일(현지시간) 파리 근교 이시레묄리뉴에 위치한 알렉상드르 베날라 전 엘리제궁 보좌관의 자택을 수색했다고 보도했다. 엘리제궁은 베날라 전 보좌관이 폭행 등 혐의로 경찰의 구속수사를 받게 되자 지난 20일 그를 해임했다.
베날라 전 보좌관을 둘러싼 논란은 19일 일간 르몽드가 노동절(5월1일) 당시의 집회영상을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베날라 전 보좌관은 경찰 헬멧을 쓴 채 한 남성의 목을 잡아채 쓰러뜨린 후 목과 얼굴을 폭행했다. 외신들은 경찰이 같은 행동을 했어도 과잉진압 논란이 벌어질 만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프랑스 의회는 모든 의사일정을 정지하고 이번 사건에 집중하고 있다. 야당은 엘리제궁 소속으로 경찰이 아닌 베날라 전 보좌관이 왜 경찰 헬멧을 쓴 채 시위대를 폭행했는지, 노동절이 두달 반이나 지났는데 왜 사법당국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는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프랑스 하원은 23일 제라드 콜롱 내무장관을 청문회에 소환해 사건의 정황과 함께 엘리제궁 및 정부가 베날라 전 보좌관을 보호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는지를 질의할 예정이다.
후속보도가 이어지면서 베날라 전 보좌관이 마크롱 대통령의 측근이었다는 사실과 권력을 남용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외부 행사에 나설 때마다 베날라 전 보좌관이 측근에서 보좌했던 영상자료들이 무더기로 나왔다. 베날라 전 보좌관이 2주 전 파리의 고급아파트를 숙소 명목으로 임차할 때 엘리제궁의 예산을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여기에 베날라 전 보좌관이 노동절 직후 엘리제궁 내부에서 과잉진압 비판이 일자 15일의 정직 처분을 받았다는 보도까지 나오며 ‘엘리제궁과 정부가 대통령 측근을 지나치게 보호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언론들은 30% 후반까지 떨어진 지지율로 가뜩이나 개혁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마크롱 대통령이 측근의 권력남용 논란으로 취임 후 최악의 고비를 맞았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엘리제궁은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채 말을 아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