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압류된 물건을 딱지가 붙은 채로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만 해도 불법 행위가 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양수인에게 압류 상태임을 알린 뒤 물건에 손을 안 댔어도 딱지를 훼손한 것과 같다는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지난 11일 공무상표시무효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자영업자 이씨는 지난 2013년 점포 내 시설물과 점포 열쇠를 양수인한테 넘기면서 법원집행관이 압류 표시를 부착한 냉장고 2대 등까지 무단으로 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 형법에는 공무원이 붙인 압류 강제처분 표시의 효용을 해쳤을 때 이를 처벌토록 규정한다. 이씨 측은 물“건을 처분할 때 양수인에게 가압류 사실을 고지했고 재판에서 지더라도 매수 등의 방법으로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했다”며 압류 표시를 해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은 “양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가압류 물건을 제외하지 않았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이씨가 강제처분 행위를 절대적으로 무효한 것은 아니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압류표시를 붙인 유체동산의 양도는 표식 자체를 멸각한 행위”라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