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文, 광화문서 깜짝 호프미팅]"알바보다 못벌어" "자식에게 가게 안 물려줘" 쏟아진 쓴소리

음식점주 "실적이 최저임금 근로자만도 못해" vs 대통령 "자영업 사회안전망 모색"

참모들 보고서에 연연하지 않고 현장 목소리 들어

편의점주 "심야영업해 40만원 버는데 알바비가 80만원"

중기사장 "근로시간 단축에 생산직은 특히 고통"하소연

文 "자영업자 문제 등 무겁게 생각"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한 맥줏집에서 퇴근길 시민들과 만나 호프타임을 갖는 동안 시민들이 몰려 지켜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로부터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애로사항을 들었다./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한 맥줏집에서 퇴근길 시민들과 만나 호프타임을 갖는 동안 시민들이 몰려 지켜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로부터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애로사항을 들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서울 광화문 일대의 한 호프집에서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행사를 열고 국민들과 깜짝 소통에 나선 것은 집권 2년 차 들어 서민경제난으로 흔들리는 국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국정의 방향을 가다듬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된다. 현 정부 들어 추진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시민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듣고 제도 개선사항을 점검하려는 차원이다. 이날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인 줄 모른 채 초대돼 행사장을 찾았던 30여명의 시민들은 오후6시58분쯤 문 대통령이 호프집에 입장하자 놀라움에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며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 개시 직후 모두 발언을 통해 “다들 좀 놀라셨죠.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는 것으로 알고 계셨을 텐데”라며 입을 뗐다. 이어 “제가 지난 대선 때 국민과 소통 잘하겠다고 약속드리면서 퇴근길에 시민들과 만나겠다고 약속했었다”고 깜짝 만남의 취지를 소개했다. 이어 “요즘 최저임금, 노동시간, 또 자영업, 그리고 고용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심각하게 이야기가 되는 그런 상황이어서 그런 말씀들을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음식점주인 이종환씨가 건배사로 “대한민국 사람들 다 대통령께서 아끼고 사랑해 주십시오”라며 이를 줄인 ‘아싸’라는 구호로 건배사로 외친 뒤 제언에 나섰다. 이씨는 “정부에서 정책을 세울 때 생업과 사업을 구분해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자영업자들이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영업실적이 최저임금 근로자만도 못해 종업원을 안 쓰고 가족끼리 운영하려다 보니 일자리 창출도 안 된다는 취지의 지적이 이어졌다. 23년간 가게를 운영했다는 이씨는 “저는 지금 제 자식에게 물려 주고 싶지 않다”고 힘겨워했다. 다른 자영업 종사자들의 고충 토로도 이어졌다. 편의점주인 이태희씨는 “심야에 (영업해 점주는) 30만~40만원 버는데 심야 아르바이트비가 70만~80만원”이라고 호소했다. 도시락업체를 운영하는 변양희 사장은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제를 발표한 후 퇴근을 빨리하고 야근을 안 하니 도시락 배달이 줄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구조적 개혁은 참 힘들다. (개혁을) 하는 정부도 힘들다”며 “자영업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모색하고 여러 문제에 대해 굉장히 무겁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 분야에서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정광천 사장이 고언을 했다. 그는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정책과 관련해 “4인 가족이 월 400만원을 가지고 서울에서 살기 힘들고, 그러나 지방은 아닐 수도 있다”며 “기준점에 집착하는 부분이 있는데 업종별로 지역별로 개별적으로 속도 조절을 할 필요는 있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된 것과 관련해서는 계절적으로 일감물량의 영향을 많이 받는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상황을 설명하면서 “특히 생산직에서는 굉장히 고통스러워한다”고 소개했다. 정 사장은 “작게 기업 하시는 분들의 창업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기업들이 더 성장할 수 있게끔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도 해야지만 스케일업(기업규모의 성장)도 해야 한다”는 진단도 곁들였다. 건설업체의 한 여직원도 “주당 52시간으로 공사기간을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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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체에서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임금 올리는 것은 좋은데, 다른 정책도 같이 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직접적 분배정책의 필요성을 문 대통령에게 제언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 마무리 발언에서 “최저임금이 (모든 경제 주체들에게) 다 연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그만큼 고용시장에 들어와 있는 노동자에게는 도움이 되는데 당장 영세중소기업 등 임금이 주는 현상이 생겼고 그런 와중에 경계 선상에 있던 종사자들은 고용시장에 밀려나 오히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아직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기류는 문 대통령이 “구조적 개혁은 참 힘들다”며 “과거에 주5일 근무제 했을 때 기업이 감당할 수 있겠냐며 호소했지만 그런 어려움을 딛고 결국은 우리 사회에 다 도움이 되지 않았느냐”고 환기한 대목에서 읽힌다. 최저임금의 지역별·업종별 차등 건의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어려움을 겪는, 임금을 제대로 못 받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게 최저임금인데, 직종에 차별을 가하면 취지에 맞지 않기에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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