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포춘US]마지막 남은 남성 클럽

믿거나 말거나 포춘 500대 기업 이사회 중엔 아직도 여성 이사가 한 명도 없는 회사가 12개나 있다. 어떻게 하면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는 이들 기업을 평등의 시대로 이끌어낼 수 있을까? By Claire Zillman

제니퍼 테하다 Jennifer Tejada와 제니퍼 하이먼 Jennifer Hyman은 지난 4월 에스티 로더 이사회에 합류했다. 당시 그들은 이사회 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에 매우 익숙해져 있었다. 옷장대여 스타트업 렌트 더 런웨이 Rent the Runway의 CEO인 하이먼은 “꽤 많은 기업이 내게 접근해왔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페이저듀티 PagerDuty의 CEO 테하다도 한 달에 수 차례 (이사회 참여) 요청을 받곤 했다. 그녀는 “가끔은 한 주에 몇 번씩 연락이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능력 있는 여성 이사진 후보들이 기업들의 집중 러브콜을 받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투자자들이 점차 기업의 다양성을 요구하고 있고, 미투운동 덕분에 기업 내 여성의 지위가 재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젠 남성만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모든 기업이 ’더 많은 여성 이사들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2018 포춘 50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기업 중 12개 곳은 여성 이사가 단 한 명도 없다.

추세가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남성만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특이한 존재로 전락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5년 전에는 포춘 500 대 기업 중 42개, 10년 전에는 69개 기업에 여성 이사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마지막까지 남성만을 고집하는 이사회들의 공통점을 찾아보게 되지만, 눈에 띄는 건 많지 않다. 12개 기업 중 4개는 에너지 부문, 2개는 금융 부문, 2개는 식음료 부문 회사다. 3개는 뉴욕에, 3개는 텍사스에, 나머지는 미국 전역에 흩어져있다. 임직원수도 8만 9,000명(아이칸 Icahn)에서 적게는 1,607명(인터내셔널 FC스톤 International FCStone)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고위직에도 여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12개 기업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여성 임원이 단 3명에 불과하다.


기업들은 이에 대한 해명도 잘 하지 않는다. 12곳 중 11곳이 포춘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응답한 건 CHS뿐이었다. 이 회사 대변인은 “농업 협동조합인 당사 이사진은 농민 주주들이 독점적으로 지명하고 선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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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선 포춘이 12개 기업 명단을 공개하는 건 해당 기업들에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폭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3월, 인덱스 펀드 대기업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투자자문 State Street Global Advisors도 극적인 방법으로 해당 이슈를 다시 제기한 바 있다. 월가의 ’황소상(Charging Bull)‘ 건너편에 지금은 유명해진 ’두려움 없는 소녀상(Fearless Girl)‘을 세운 것이다. 여성들을 이사회에 더 많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항의의 표시였다. PwC 거버넌스 인사이트 센터 PwC Governance Insights Center 센터장 폴라 루프 Paula Loop는 “그 운동은 ’정말 대단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분적으론 그 다음에 일어난 일 때문에 이런 평가가 나올 수 있었다.

2017년 8월 패시브 투자자 뱅가드 Vanguard가 미국 기업의 경영 개선 요구사항 중 성(性) 다양성을 언급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업체 블랙 록 BlackRock도 그로부터 다섯 달 후 비슷한 경고를 했다. ‘투자하는 회사들이 적어도 두 명의 여성 이사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블랙록이 공표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루프는 “미국에서 이런 투자자들의 압력은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같은 국가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사회의 일정 비율을 여성으로 채워야 한다’는 쿼터제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성 다양성을 갖춘 이사회는 사업 성공의 핵심 요소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와 뱅가드는 ‘여성 이사를 보유한 회사들이 그렇지 않은 라이벌 기업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연구결과를 그 근거로 들고 있다. 블랙록도 다양성 그룹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린다고 주장했다. ‘양성으로 이뤄진 팀이 사실을 더 꼼꼼히 검토하고, 객관성을 유지할 확률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워튼 경영대학원 교수 캐서린 클라인 Katherine Klein은 이사회의 성 다양성과 재무성과 간에 ‘작지만 긍정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메타 분석(meta-analysis) 결과를 설명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연구가 여성에게 억지로 부담을 떠 안긴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했다. 클라인은 “우리는 ‘이사회에 단순히 남성을 추가하는 것이 기업 실적을 높여준다는 것을 입증하라’고 남성들에게 요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12개 기업 중 7곳은 지난 5년간 총수익이 포춘 500대 기업의 총수익을 밑돌았다(CHS는 비상장기업이고, 플레인즈 GP Plains GP는 2013년 상장했고, 나머지 3개 기업은 더 높은 수익을 올렸다.)

혹자에겐 해당 이슈가 윤리적 문제이기도 하다. 뉴욕 주 회계감사 책임자 토머스 디나폴리 Thomas DiNapoli는 올해 3월 “주 퇴직연금기금이 이사회 성비를 기준으로 이사 선임 투표를 진행할 것”이라 발표했다. 그는 일부 기업이 아직도 여성 이사진을 두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부도덕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포춘 500대 기업 중 여기서 언급되지 않은 나머지 488개 기업이 도덕적일 것이라 추정할 수는 없다. 2018년 랭킹 리스트에 오른 기업들은 51%가 여성인 국가에서 전체 시장 가치의 21조 6,000억 달러를 챙기고 있다. 그러나 기업 경영정보 분석기관 에퀼라 Equilar에 따르면, 3월 31일 기준으로 올해 순위에 오른 기업 중 3개 이사회만이 성비가 동등한 수준이 됐거나 더 개선됐다. 에스티 로더 이사회가 그 정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테하다와 하이먼을 포함해 여성 비율이 47%에 이르고 있다.

번역 소은혜 hanghangee@gmail.com

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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