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김지은 "정조라는 말 듣고 죽고 싶었다, 성실과 열의를 '마누라 비서'로 폄훼"

사진=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사건의 본질은 의사를 무시하고 권력을 이용해 성폭행한 것.”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씨가 2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사건 결심공판에 출석해 자신의 피해와 고통을 증언했다.


김씨는 “고소장을 낸 뒤 통조림 속 음식처럼 죽어 있는 기분이었다. 8개월간 범죄를 당했던 악몽 같은 시간을 떠올려야 했고, 반복되는 진술을 위해 기억을 유지해야 했다”며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았다. 피고인과 그를 위해 법정에 나온 사람들의 의도적인 거짓 진술에 괴로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유일한 증거인데 내가 사라지면 피고인이 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겠구나 생각했다”며 “꿋꿋하게 진실을 증명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는 길이라 생각해 생존하려 부단히 애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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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16시간에 걸친 피해자 증인신문이 있었던 지난 6일 제2회 공판기일이 미투 고발 이후 가장 괴로웠던 기억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제가 진술할 때마다 피고인은 의도적인 기침 소리를 내고 움직이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차폐막이 있다 해도 기침소리만으로도 심장이 굳었고, 떨면서 재판정에 있었다”며 “사건과 관련 없는 개인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혀를 차고 어깨를 떠는 변호사를 봤다. 정조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죽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누라 비서’라는 처음 듣는 별명까지 붙여 사건을 불륜으로 몰아갔다. 나는 단 한 번도 피고인에게 이성적 감정을 느낀 적이 없다”며 “나를 성실하다고 칭찬하던 동료들이 그런 성실과 열의를 애정인 양 몰아갔다”고 했다.


또 “도망치면 되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위력이 있는 관계에서 그럴 수 있겠나”라며 “지사 사람들에게 낙인찍히면 어디도 못 간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평판조회가 중요한 정치권에서 지사 말 한마디로 직장을 못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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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이날 안 전 지사를 향해 ‘이중적인 사람’이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가장 힘든 것은 안 전 지사의 이중성이었다. 외부에서는 젠더 민주주의 등을 말했지만, 지지자들 만나는 것도 피곤해했고 차에서 내리기 전에는 인상을 썼다“며 ”꾸며진 이미지로 정치하는 안 전 지사가 괴물 같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안 전 지사는 자신의 권력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지위를 이용해 약한 사람의 성을 착취하고 영혼까지 파괴했다”며 “‘나는 어떤 여자와도 잘 수 있다’ 등의 말을 했다. 그건 왕자병”이라고 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를 향해 “피해자는 나만이 아니라 여럿 있다. 참고 숨기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제일 앞줄의 한 사람일 뿐”이라며 “피고인에게 꼭 말하고 싶다. 당신이 한 행동은 범죄다. 잘못된 것이고 처벌받아야 한다. 이제라도 잘못을 사과하고 마땅히 벌을 받으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김씨 진술 내내 눈을 감고 의자에 등을 기댄 모습이었다.

김씨 진술 이후 피해자 측 변호사는 “대법원에서는 피해자의 신빙성 있는 진술이 유죄의 증거가 된다”면서 “김씨는 검찰에서 3차례, 법정에서 16시간 동안 피해 내용과 자신의 감정 등을 일관되게 진술했다. 직접적인 경험이 없으면 말할 수 없는 내용도 거침없이 진술했다”며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에는 검찰의 의견 진술과 구형, 피고인 변호인단 최후변론, 피고인인 안 전 지사의 최후진술이 이어진다.

김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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