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최저임금 인상 부담 일방 전가"…카드노조도 "대정부 투쟁"

<거세지는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추가 수수료 인하 수용할수 없다"…내달 규탄집회

'자영업자 불만 떠넘기기' 편의적인 정책에 반발

소상공인·中企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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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급진적인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우리도 국민”이라며 거리로 나서더니 이번에는 신용카드 회사 노조가 “정부가 추진하는 추가 수수료 인하는 수용할 수 없다”며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의 불만을 카드사 수수료 인하로 달래려는 것인데 정부의 편의적인 땜질식 정책이 강한 반발만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특히 친노조 성향을 보이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카드사 노조가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비씨·롯데·하나·우리 등 6개 카드사 노조로 구성된 카드사노조협의회는 다음달 정부의 카드 수수료 정책을 규탄하는 야외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노조협의회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사회 상생 차원에서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 인하 자체는 찬성할 수 있다”면서도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늘어나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오로지 카드 수수료 인하로 해결하려는 일방적인 정책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새로 적용할 중소·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하기 위해 ‘카드 수수료 종합개편 방안 마련을 위한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를 지난 5월 말 구성, 운영 중이다. 카드 수수료율은 ‘3년 주기 재산정’ 원칙에 따라 올해 원가분석을 거쳐 다시 책정된다. 문제는 이번 카드 수수료율 재산정 작업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쪽으로 맞춰지면서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가 기정사실화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영세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상대적으로 반발이 크지 않은 카드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냈다. 중소가맹점 수수료는 2007년 3.6%에서 2016년 1.3%로, 영세가맹점 수수료도 같은 기간 2.3%에서 0.8%로 감소했다. 게다가 지난해 8월에는 영세가맹점의 범위가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의 경우 2억~3억원 이하에서 3억~5억원 이하로 확대됐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 마련을 재확인하면서 추가 수수료 인하가 사실상 공식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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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수료 인하로 해마다 실적이 급감하고 있는 카드사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기의식이 증폭되고 있다. 실제 신한·삼성·국민·현대·하나·롯데·우리·비씨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2014년 2조2,000억여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3년 만에 1조원 급감했다. 더구나 이달 31일부터 편의점 등 소액다건 결제업종의 밴(VAN) 수수료 산정 체계가 개편되면서 카드사의 순익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 노조는 내년에 카드 수수료가 추가 인하되면 감원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이번에 집단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카드와 국민카드는 지난해 말 선제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지만 수수료 인하에 따른 실적 감소가 추가 감원을 부를 수 있다는 가능성에 카드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3년에 한 번 수수료를 내릴 때마다 카드사들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희망퇴직 등으로 인력을 줄여왔다”면서 “카드사의 수익성이 바닥을 칠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불만을 카드 수수료 인하로 낮추려는 정부의 편의적인 정책이 카드사 노조를 거리로 내몰게 됐다.

정부의 정교하지 못한 정책이 반발을 부른 것은 또 있다. 대표적으로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높아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반발이다. 특히 소상공인의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이 서울에서 지방으로, 소상공인에서 중소기업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대정부 투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0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5인 미만 사업장 소상공인업종 최저임금 차등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에 나서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생존권 운동연대를 출범하고 다음달 29일 최저임금 인상에 항의하는 ‘최저임금 제도 개선 촉구 국민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들은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 추천권’을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도 내년도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에 가세하는 등 대정부 투쟁 전선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6일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고용노동부에 재심의를 요청한 데 이어 전국중소기업 중소상공인협회 임원진은 불복종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중소상공인협회는 전국 중소기업과 식품·외식업체 1,500여곳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등 대기업 2·3차 협력업체가 회원사로 있는 울산중소기업협회도 사상 초유로 정부 정책에 불복종 선언을 하고 나서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김기혁·서민우기자 coldmetal@sedaily.com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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