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 서울 강남권의 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둘러싼 논란으로 부동산시장이 시끄러웠다. 3.3㎡당 평균 분양가가 1,500만으로 당시 서울 평균 아파트값의 두 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 기준)의 경우 3억4,000만원선으로 당시로서는 고분양가 난리가 날만도 했다. 고급 주상복합의 원조 격으로 불리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얘기다. 2년 후 인근 삼성동에서 공급된 ‘아이파크’ 아파트 역시 비슷한 가격으로 분양에 나서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제는 까마득한 얘기다. 그사이 집값이 뛰기는 엄청 뛰었다. 최근 본지의 보도에 따르면 이제 웬만한 서울시내에서 전용 84㎡ 아파트 시세가 10억원을 넘지 못하면 명함을 내밀기도 힘들다. 심지어 비강남권 중에서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비선호지역 아파트도 속속 10억원대 시세를 찍고 있다고 한다. 고가 아파트의 기준이 어디까지 치고 올라갈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집값이 그렇게 뛰는 동안 정부가 생각하는 고가 아파트 기준은 좀처럼 바뀔 생각을 않는 것 같다. 일단 거래세에서 고가 아파트의 기준은 9억원이다. 실거래가를 과세표준으로 삼는 취득세의 경우 9억원 초과 주택에 가장 높은 3%의 취득세가 부과된다. 양도소득세 역시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1가구 1주택 기준점은 9억원이다. 취득세와 양도세 모두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과표를 계산하니 요즘 서울시내 웬만한 대단지 새 아파트라면 굳이 강남이 아니더라도 고가주택 취급을 받는 셈이다.
보유세는 1주택자냐 다주택자냐에 따라 고가주택의 기준이 달라지지만 이 역시 높아야 9억원이다. 집값은 계속 치솟는데 부동산세제는 과거의 기준을 고집한 채 여전히 이같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그런데 ‘고가주택’ 보유자 못지 않게 억울해할 사람들이 있다. 사치성 재산으로 분류돼 비슷한 가격대의 주택에 비해 8%포인트나 높은 고율의 취득세를 물어야 하는 집들이다. 세법에서는 이를 ‘고급주택’으로 부른다. 건물이나 대지의 면적이 큰 단독·공동주택이나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수영장 등의 시설을 갖춘 단독주택에 이같은 규정이 적용된다.
아파트의 경우 전용 면적이 245㎡를 초과하면 고급주택으로 분류된다. 논란이 되는 것이 이들 고급주택의 가격 기준이 시가표준액 기준 ‘6억원’이라는 점이다. 지방의 중대형 아파트 중 상당수가 그렇게 높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급주택 규정이 적용돼 취득세가 중과세되는 사례가 많다.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취득세가 2%이므로 만약 시세 8억원인 지방의 대형주택이라면 같은 가격의 서울 지역 소형 아파트의 5배에 달하는 취득세를 물어야 하는 구조다.
지나치게 가격이 높은 집, 과도하게 필요 이상으로 넓은 면적의 집에 대해 그렇지 않은 주택에 비해 좀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것은 합리적이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 달라졌음에도 고가주택, 고급주택의 기준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이다 보니 부동산 조세체계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침 정부가 부동산 조세 체계 개편을 고민중이라니 이참에 현실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정들도 한번 꼼꼼히 검토해 보면 어떨까.
/건설부동산부문 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