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산분리 완화 시동] 시민단체 반대에도…인터넷銀, 이번엔 성장족쇄 풀고 ‘메기’ 될까

자본확충 통해 ICT기업 주도 금융권 혁신 가능

신용평가시스템 고도화로 중금리 대출도 확대

금리경쟁 유도·신규 인터넷銀 일자리까지 늘려




그동안 은산분리 원칙을 고집해왔던 정부 여당이 ‘규제 완화’로 선회한 것은 집권 2년 차인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에 방점을 두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은산분리 완화를 통해 성장의 족쇄를 풀어 인터넷전문은행을 진정한 ‘메기’로 키우면 금융권에 혁신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행 은산분리 규제로는 산업자본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는데다 의결권은 4%까지만 인정되기 때문에 사업을 주도할 수 없다.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이러한 한계로 주요 주주인 KT·우리은행·NH투자증권 외 10여곳의 주주가 지분을 나눠 가진 탓에 두 차례 걸쳐 진행된 증자에서도 매번 주주가 이탈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마무리된 2차 유증도 소수 주주들이 참여하지 않아 불발됐다. 이 같은 자본조달의 어려움으로 지난달에는 직장인K 신용대출, 슬림K 신용대출 등 여신상품 판매가 중단되는 등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주요 주주인 카카오가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절반의 지분을 통해 곳간을 책임지는 구조로 출범했다. 케이뱅크에 비해 비교적 자본조달은 수월했지만 ICT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의 본래 모델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 같은 제약으로 인해 금융권에 혁신을 촉진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기 위해서는 은산분리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당정은 판단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기존 금융사들이 금리와 수수료를 인하하고 고객의 니즈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기 시작했다”면서 “정부가 혁신성장을 위해 은산분리를 완화할 경우 ICT 기업의 주도로 인터넷은행이 금융권에서 메기 역할을 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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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들 인터넷은행은 지난해 출범하자마자 은행권에 금리 경쟁과 모바일뱅킹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카카오뱅크는 출범한 지 1년도 안 돼 고객 수 639만명, 수신 8조8,400억원, 여신 7조1,000억원을 달성했으며 케이뱅크도 신용등급 4~8등급을 대상으로 내준 중금리 대출 비중이 금액 기준 40%, 건수 기준 60%에 달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이래 직간접적인 고용을 포함해 5,000여개의 일자리가 생겼다”면서 “은산분리 완화로 제3, 제4인터넷은행이 출현하면 양질의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은산분리 완화로 자본확충은 물론 ICT 기업의 혁신적인 핀테크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케이뱅크는 은산분리 문제로 자본조달이 어려워 대출 영업에 제약이 컸다”면서 “은산분리 완화와 함께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 고도화된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 서민층을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도 확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금융노조와 시민단체에서 당정의 이 같은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해 강력 반발하는 것은 변수다. 금융노조는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만나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인터넷은행을 통해 비대면 영업이 더욱 활성화되면 그만큼 은행이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참여연대도 성명을 통해 “금융위는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핑계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대놓고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대선공약 위반이고 케이뱅크의 불충분한 자본확충 문제를 자초한 금융위가 자신들의 과오를 덮으려는 몸짓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김기혁·손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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