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은 어디에 있나요?”
여름 휴가에 들어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독일 타블로이드 신문 익스프레스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이 일제히 이같은 제목을 내건 기사를 실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남편 요하임 자우어와 함께 쥐트티롤 줄덴의 휴양지에서 여름휴가를 보내왔는데 올해는 메르켈 총리 없이 자우어만 전 결혼에서 얻은 아들과 함께 휴가를 보낸 사실이 포착되면서 의문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가 함께하지 않은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와 자우어가 공개 석상에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25일 독일 바이로이트에서 열린 오페라 음악축제 ‘바그너 페스티벌’에 참석한 것이 마지막이다. 비공식적으로는 두 사람이 지난달 31일 뮌헨 국립오페라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했다는 목격담이 나오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대변인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메르켈 총리의 행방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며 “며칠간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메르켈 총리의 공식 일정에는 이달 20일까지 업무가 없는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따라 독일 언론은 결혼생활 위기설에서부터 의료 수술, 비밀작전설까지 메르켈 총리가 사라진 이유에 대한 각종 추측을 쏟아내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90세의 홀어머니와 함께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처럼 언론들이 메르켈 총리의 행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지난 2005년부터 독일을 이끌어온 메르켈이 총리가 최근 연립정부 내 갈등으로 리더십에 큰 위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 지지율은 29%를 기록해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기민·기사당 연합은 지난해 9월 총선에서는 33%의 지지율을 얻었다. 기민·기사당 연합의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 역시 이번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포인트 떨어진 18%를 기록했다.
반면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새로운 최고치인 17%를 기록했다. 지난 총선에서 급부상한 AfD가 지지기반을 넓혀가면서 메르켈 연합은 오는 10월 치르는 지방선거 참패의 우려도 짙어지고 있다.
기민·기사당 연합은 최근 난민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대연정 붕괴 위기를 겪었다. 중동 난민의 입구인 바이에른 주를 정치기반으로 하는 지역정당인 기사당은 AfD의 세력확장에 따른 지역 장악력 상실을 우려, 강경한 난민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메르켈 총리를 상대로 동맹파기 위협을 가했다. 결국 메르켈 총리가 기존 난민 포용책에서 후퇴해 국경지대 난민 환승센터 설립 등을 받아들이면서 대연정 붕괴 위기는 넘겼으나 양측의 긴장은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다.
이에 기민·기사당 연합에 대한 유권자들의 신뢰도 무너지고 있다. 이 설문조사에서 독일 정부의 업무에 “만족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은 전체의 74%에 달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이 같은 메르켈의 답답한 처지를 상기하며 “어쩌면 그는 모든 ‘메르켈 퇴진’ 시위자들에게 그가 정말로 사라지면 이 나라가 어떨지 보여주길 바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