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차량에서 잇따라 불이 나 정부가 운행 정지를 검토하는 가운데 다른 차종에서도 연이어 화재가 발생해 운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9일 오전 1시 41분께 경북 상주시 남상주IC 진입로 인근 25번 국도에서 에쿠스 승용차에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불은 차체를 모두 태워 경찰과 소방당국이 최초 발화 부위 등 화재 원인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50분께는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 광교방음터널 부근을 달리던 아반떼 승용차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운전자는 보닛에서 연기가 나자 차를 갓길에 세운 뒤 대피해 화를 면했다. 불은 차량 전면부를 태우고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15분 만에 진화됐다.
3시간 뒤인 오후 7시 35분께는 전남 담양군 광주∼대구고속도로 광주 방면 10km 지점을 지나던 SM5 승용차에서 불이 나 차체가 전소됐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주행 중 타는 냄새가 나서 갓길에 정차하자 엔진에서 불길이 일었다”는 운전자 진술을 토대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폭염과 차량화재 사이에 상당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온이 35도 이상 올라가는 불볕더위 속에서 도로의 아스팔트 온도는 50도 이상으로 치솟는데 이런 악조건에서 장시간 운행하면 차량화재 발생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10일 “폭염과 열대야가 반복되면 운행 중인 차량이 열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해 불이 날 가능성이 커진다”며 “특히 7∼8년 이상 된 중고차의 경우 전선이 딱딱해지는 경화가 이뤄지고 엔진과 엔진오일, 냉각수 등의 상태가 전반적으로 나빠져 화재위험이 더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폭염 속에서는 장시간 고속운행을 자제하고 1∼2시간마다 그늘에 차를 세운 뒤 10∼20분가량 시동을 끄는 등 차량도 쉬도록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다른 차량과 충돌로 인한 화재가 아닌 차량 자체 화재의 경우 차에 소화기만 준비돼 있으면 침착한 대응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옥섭 인천소방본부 화재조사팀장은 “차량 자체 화재의 경우 119 신고를 받고 소방대가 현장에 출동해보면 차량에 비치한 소화기를 활용해 운전자가 자체 진화한 경우도 많다”며 “보닛에서 연기나 수증기가 나도 바로 발화하지 않는 만큼 침착하게 차량을 갓길에 세우고 안전조치를 한 뒤 보닛을 열어 연기가 나는 부위에 소화기를 분사하면 큰불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팀장은 “차량화재의 경우 누출된 윤활유가 고온에서 증기로 변한 뒤 배선들 사이에서 발생한 스파크로 인해 발화하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에 차량 윤활유와 냉각수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고 배선 등에 먼지가 쌓이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