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같은 차 안에서 좌석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운전자가 핸즈프리로 통화할 때 그 소리가 다른 승객에게 들리지 않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대·기아차는 차세대 음향기술인 ‘독립음장 제어 시스템(Separated Sound Zone·SSZ)’의 기술 설명 콘텐츠를 12일 유튜브와 자사 미디어 채널 HMG저널을 통해 공개했다.
가족이 한 차를 타고 갈 때 청소년 자녀들이 이어폰을 끼고 원하는 음악을 듣는 것은 요즘 흔한 풍경이다. 세대 간 음악 취향이 갈수록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런 상황에서 가족이 서로 단절된 느낌을 갖게 된다는 데 주목해 지난 2014년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독립음장 제어 시스템을 활용하면 가족이 서로 대화를 하면서도 각자 듣고 싶은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독립음장 제어 시스템은 차에 내장된 여러 개의 스피커가 내는 음향의 파장을 서로 감소시키거나 증폭시키는 원리로 작동한다. 이 때문에 각 좌석에서는 다른 자리에서 나오는 음악이 중첩해 들리는 ‘간섭’이 발생하지 않는다. 좌석별로 방음시설이 구비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어폰 없이도 서로 다른 음악을 듣는 것이 가능해 탑승자 간 소통단절이 일어나지 않는다.
또 각자 자리에서 통화해도 소리가 동승객에게 들리지 않아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내비게이션 길 안내 음성처럼 운전자에게는 필요하지만 승객에게는 쓸모없는 소리를 제거해 실내 정숙성을 높일 수 있다. 뒷자리에 잠든 아기가 있는 상황을 떠올리면 운전석의 소리가 뒷자리로 넘어가지 않게 하는 기술의 유용성을 짐작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독립음장 제어 시스템을 이르면 1~2년 이내 양산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 기술을 개발한 이강덕 연구위원은 “자동차 내에서 즐길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자율주행시대에 더욱 필요한 기술”이라며 “개인에게 독립된 오디오 공간을 부여해 자동차가 더 친화적인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