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형기계나 정밀기기에 주로 쓰이던 BLDC(Brushless DC) 모터가 소형 프리미엄 제품에 확산되고 있다.
특히 유례없는 폭염이 찾아왔던 올해 여름 소형가전 업체들이 BLDC모터를 차용한 프리미엄 선풍기, 헤어드라이어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향후 BLDC 모터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BLDC 모터는 ‘브러시 없는 직류(DC) 모터’로 일반 DC 모터에 비해 소음·마찰 문제에서 자유로우며 내구도도 훨씬 높다.
27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신일산업은 최근 ‘신일 무소음 선풍기(SIF-D14PN)’을 출시했다. 비슷한 제품에 비해 회전수가 높고 소음이 적어 초초미풍부터 초강풍까지 지원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신일산업 관계자는 “소비자분들의 호응에 힘입어 무소음 선풍기는 현재 완판된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선풍기업체인 발뮤다도 장기간 사용 시 모터와 바람까지 뜨거워지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BLDC 모터를 차용한 ‘그린 팬S’를 내놓았다.
유닉스전자는 ‘슈퍼디플러스’라는 헤어드라이어를 내놓으며 모터업계 흐름에 따라가는 모양새다. 자체 개발한 ‘BLDC+ 모터’를 적용해 초강풍을 구현함으로써 빠른 모발 건조가 가능하고, 즉각 냉풍 기능을 통해 여름철에도 모발 건조가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청호나이스는 BLDC 모터를 도입한 ‘6Way 멀티순환 공기청정기’로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고 저소음·저진동을 구현해 잠을 자는 중에도 불편함 없이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처럼 소형가전 업계가 BLDC 모터를 적극 적용하고 나선 건 원재료인 네오듐(ND) 자석의 가격이 안정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자부품연구원의 이기덕 박사는 “ND 자석 가격이 안정화하면서 로봇, 드론, 선풍기, 컴프레서 등에 BLDC 모터를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 BLDC 모터는 회전 자석에 전류를 흘리는 드라이버를 써야 한다는 점에서 브러시형 DC 모터보다 15~20%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다. BLDC 모터에 들어가는 영구자석인 네오듐 자석의 90% 이상이 매장돼 있는 중국에서 자원무기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2011년부터 가격이 오른 게 상용화에 걸림돌이었다.
국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BLDC 모터 기술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 박사는 “비록 기술면에선 일본이나 유럽이, 가격 면에선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BLDC 모터 기술도 일본 수준으로 많이 올라왔다”며 “SPG모터 등 국내 강소기업 등에서 선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LDC 모터는 다른 모터와 달리 인버터(제어기)가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순간 고출력이나 정밀제어가 필요한 자동차·항공기 부품, 전동공구 등에 주로 쓰여왔다. 트랜스패어런시 마켓 리서치(Transparency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세계 BLDC 모터 시장 규모는 2014년도에 이미 213억달러(약 23조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