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시그널 단독] 인터넷銀 설립규제 푼다지만...네이버·미래에셋 "국내선 안한다"

日 등 해외시장서 승부

자본건전성·지배구조 규제 강화에

카카오 등 선도업체 추격도 쉽잖아

《이 기사는 시그널 8월28일 오전11시45분에 게재됐습니다》

국회가 제3인터넷전문은행 허용을 위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논의 중이지만 정작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006800)는 인터넷은행 설립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인터넷은행을 둘러싼 정부 규제가 여전히 많고 향후 성장 여부도 불확실한 국내 시장보다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핀테크에 승부를 걸겠다는 입장이다.

28일 투자은행(IB)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는 국내에서 인터넷은행을 설립할 계획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진출을 검토하고 있지 않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 역시 “네이버가 인터넷은행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며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양사는 지난해 자사주 맞교환 당시부터 이 같은 입장을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1조원 규모로 자사주를 맞교환하면서 강력한 협업체계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업계에서는 정부가 세 번째로 인터넷은행을 인가하면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가 손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해왔다. 두 회사 모두 ‘재벌’로 통칭되는 기존 대기업 계열이 아닌 만큼 ‘은산분리 원칙 훼손’이라는 여당 일각의 반대 논리를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검색시장을 통해 확보한 사용자 데이터베이스와 온라인쇼핑 기능, 미래에셋대우의 자산관리(WM) 능력이 결합하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는 업계의 평가도 뒤따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기업도 IT 자산이 50%를 넘으면 인터넷은행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특례법까지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배제되지만 네이버·카카오·넥슨 등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네이버는 정작 국내보다 일본에 상장한 자회사 ‘라인’을 통해 해외에서 금융사업을 포함한 핀테크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주력해왔다. 네이버 해외 사업의 주축인 라인은 일본을 비롯해 대만·동남아 등 중화권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모바일메신저다. 라인은 국내의 인터넷은행 허용 여부와 관계없이 일본에서 증권·투자자문사·보험·간편결제·암호화폐거래소 사업을 벌이고 있다. 라인의 월 실사용자 수(MAU)는 지난 6월 말 기준 1억6,400만명이며 라인페이가 서비스되는 3개국(일본·대만·태국)의 2·4분기 거래액은 약 1조9,5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3.1% 늘었다.

라인은 노무라금융그룹과 합작한 ‘라인증권’을 설립해 주식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고 보험과 투자자문사도 꾸릴 예정이다. 라인은 대출과 개인종합자산관리(PFM)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7월에는 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 ‘비트박스’ 출시로 거래수수료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국내에서 네이버와 ‘네이버페이’ 고객을 겨냥한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함께 내놓았다. 이 밖에는 주로 벤처기업이나 부동산 투자에서만 협업할 뿐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가 국내 시장을 외면한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은행 사업 진출 시 각종 자본건전성이나 지배구조 규제가 강화되는 것이라고 알려졌다.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가 5,000억원씩 맞교환한 자사주는 금융감독원이 은행 기준으로 강화한 금융통합감독 가이드라인에 따라 완전한 자본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논쟁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 인터넷은행에 진출한다면 미래에셋대우의 입장은 더욱 불리해질 수 있다. 이 밖에 국내 인터넷은행 산업의 성장성이 크지 않고 카카오가 일정 시장을 점유한 것도 한 이유로 분석된다. /임세원·지민구기자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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