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의 아픈 손가락인 호텔 사업이 좀처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003490)과의 시너지를 고려해 3대 주요 사업부로 격상하는 한편 그룹 오너까지 나서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실적은 못 내고 있다. 수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부문에 대한 대대적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 호텔사업 부문에서 284억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상반기(5,352만원)에 겨우 흑자를 기록했지만 하반기 들어 LA 월셔 그랜드 센터 오픈 등에 따른 영향으로 500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연이어 올해 상반기 대규모 손실을 봤다.
대한항공은 항공운송, 항공우주, 호텔사업, 기타 사업 4개 사업부로 나눠 실적을 집계한다. 올 상반기 기준 호텔 사업부는 항공우주사업(66억원)과 기내식 등 기타사업(157억원)에서 벌어들인 돈 이상을 까먹었다. 대한항공 호텔 사업은 2014년 11억원, 2015년 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 6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1년 만에 다시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적자 폭이 최근 들어 수백억원 단위로 커진 점도 근심거리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4·4분기부터 호텔·리무진 사업에서 호텔 사업으로 별도로 분리해 실적을 집계 중이다. 그만큼 호텔 사업의 위상을 격상시킨 셈이다. 대한항공 전체 매출에서 호텔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으로 미미하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LA 에 윌셔 그랜드 센터를 여는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양호 회장이 이번에 미국을 방문해 호텔 투자를 논의한 것도 그룹 차원에서 호텔 사업 확대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하지만 좀처럼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신규 호텔 개장에 따른 프로모션 등 마케팅 비용, 광고비용, 호텔 건물의 감가상각비, 추가 인력 고용에 따른 인건비 등이 발생해 영업이익 악화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윌셔그랜드센터 개장 이후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대한항공의 호텔사업 부문은 올해 상반기 전년대비 220% 이상 증가한 75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7년 전반기의 호텔사업의 매출액은 231억원이었다. 매출 증가 추세가 계속되고 윌셔호텔의 비용지출이 안정화된다면 향후 호텔 사업에서의 수익 발생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윌셔 정도의 신규호텔은 정상화까지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며 “자칫 대규모 호텔 투자가 전체 실적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어 대한항공의 호텔 사업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