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 분야에서 기존의 고정관념과 상식을 파괴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싶습니다. 그런 연구주제를 찾는 게 쉽지 않지만 부단히 노력하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요.”
구종민(44·사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장(KU-KIST 융합대학원 교수)은 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학자는 차별화된 시각을 갖고 ‘인내’하며 ‘성실’하게 노력할 때 비로소 재미있고 독창적인 연구의 길이 열린다”며 활짝 웃었다. 좋은 연구주제는 남들과 다른 관점을 가지고 부단히 시도하고 도전할 때 아주 드물게 발견된다는 게 그의 신조다. 그는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KAIST에서 화학공학 석·박사를 마친 뒤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지난 2011년부터 KIST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지난해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 최우수교수상을 받기도 했다.
구 센터장은 전자파 차폐용으로 2차원 나노물질 MXene을 개발해 현존 물질 중 가장 뛰어난 전자 특성을 보여준 데 이어 다양한 응용연구와 상용화 가능성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인은 휴대폰과 컴퓨터·자동차·TV·냉장고 등 각종 전자기기에 노출돼 있죠. 전기가 흐르는 곳은 어디서나 전자파가 흘러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신소재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전자기기가 소형화·고집적화될수록 차폐력이 우수한 신소재 개발의 중요성 역시 높아지고 있어요. 적의 고출력 전자파(EMP) 공격에도 효과적으로 방어장치를 갖춰야 하고요.”
그는 “현대 과학기술의 흐름은 신소재 연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현재 꼭 필요하지만 옛 기술로 치부되던 고분자 복합체 전자파 차폐 연구를 진행하며 신소재를 계속 탐색하다 보니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학생들에게도 ‘해야 하는 연구’보다 ‘하고 싶은 연구’를 하자고 자주 이야기한다. 논어의 ‘지지자불여호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호지자불여낙지자(好之者不如樂之者)’라는 말처럼 ‘많이 아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당할 수 없고, 좋아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하고 싶은 연구, 즐거운 연구를 위해서는 호기심을 갖고 부단히 재미있는 연구주제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말 새롭고 재미있는 연구주제는 기존 지식으로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 연구를 하려면 새로운 현상을 주의 깊게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는 토머스 에디슨의 말을 좋아하는 그는 연구하다 보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심정이 된다고 했다.
한편 그는 어린 학생들에게 “저도 어릴 때부터 막연히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다”며 “과학자의 길은 호기심 탐구의 길이지만 현실은 호기심만으로 되지는 않아 남들과 다른 시각을 갖고 인내력과 성실함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