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5개월 전 상도유치원 붕괴위험 경고 했는데도 조치 안돼"

편마암 단층이 쏠림으로 위험해 보여…붕괴위험 지적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 교훈 받아들이지 못해"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5개월 전 현장조사에서 다세대주택 공사장 옹벽 붕괴로 기울어진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건물 인근 현장의 붕괴 위험성이 지적되었다고 밝혔다./연합뉴스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5개월 전 현장조사에서 다세대주택 공사장 옹벽 붕괴로 기울어진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건물 인근 현장의 붕괴 위험성이 지적되었다고 밝혔다./연합뉴스



다세대주택 공사장 옹벽 붕괴로 기울어진 서울 동작구 서울상도유치원 건물 인근 현장의 붕괴 위험성이 이미 수개월 전 현장조사에서 지적됐었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7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약 5개월 전 서울상도유치원의 의뢰를 받아 3월 31일에 현장점검을 진행한 뒤 붕괴 가능성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 기억이 확실치는 않지만, 균열이 간다든지 어떤 붕괴 징후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 지질을 살펴보니 편마암 단층이 한쪽으로 쏠려 위험해 보였다”며 “보강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붕괴할 우려가 있다는 리포트를 유치원에 작성해줬다”고 말했다. 편마암 지대는 붕괴에 취약한데, 앞서 공사장 흙막이가 무너진 가산동 공사장 역시 편마암 지대라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또 이 교수는 이번 붕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지질의 특성을 무시한 공사에 있다고 봤다. 그는 “최근에 내린 폭우가 일부 영향을 줬을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취약한 지질의 특성에 맞지 않는 공사를 강행한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어 “붕괴 위험성을 지적한 이후 일부 보강이 이뤄졌겠지만, 제대로 된 보강 공사가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미 붕괴가 예견됐음에도 적절한 조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우리 사회가 4년 전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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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사고 발생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 교수는 “설계도면을 보면 단층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며 “굴착공사를 하면서 지질이 나쁘면 빨리 옹벽을 보완해야 하는데 이런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다” 라고 설명했다. 현장을 둘러 본 이 교수는 “편마암 지질은 10m 간격으로 시추공을 뚫어 단층의 방향을 살펴봤어야 했는데 지질 조사가 듬성듬성 이뤄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굴착 면의 방향과 단층면의 방향이 같으면 붕괴위험이 커진다”며 “단층면의 경사 방향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굴착 면 위로 시멘트를 치고 시멘트 사이사이에 철근을 넣는데 이 철근이 짧거나 부족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 교수는 3월31일 현장조사 당시 제출한 자문의견서에서 사고 발생 지점의 지질에 대해 “옹벽 하부의 노출된 암반상태를 보니, 편마암 내에 긴 단층이 발견되고 단층표면에 점토가 많아 미끄러지기 쉬운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질상태가 취약해 붕괴할 위험성이 높은 지반이므로, 좀 더 철저한 지질 조사를 수행해 하부 굴착 사면의 설계를 신중하게 재검토하고 굴착시공을 하길 추천한다”고 권고했다. 이 교수는 당시 ▲ 시추조사, 시추공 내 영상촬영, 지표지질조사를 총괄해 지질상태를 3차원으로 파악할 것 ▲ 토사와 암석 시료를 직접 채취해 전단 강도나 물성치를 구한 뒤 설계에 적용할 것 ▲ 굴착 사면 안정성을 재검토하고 옹벽 상부 구조물의 하중까지 고려해 보강대책을 세울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자문의견서를 유치원에 제출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적절한 조처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이 교수는 “유치원 행정실장에게 자문의견서를 전달했고 행정실장이 구청에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

홍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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