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SKB, 옥수수 분사 통한 투자유치...성공방정식 통할까




SK텔레콤(017670)이 SK브로드밴드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옥수수’를 분사키로 하고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옥수수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SK플래닛의 전자상거래 사업인 11번가를 분사해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옥수수 역시 ‘제2의 11번가’가 될지 주목된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옥수수를 SK브로드밴드에서 분사해 SK텔레콤의 자회사로 만들기로 하고 최대 지분 49%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방송통신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CJENM 등 콘텐츠 사업자를 지분 매각 대상 1순위로 희망하고 있으나 재무적 투자자에게도 문을 열어 둔 것으로 보고 있다. OTT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 넷플릭스 등 경쟁업체처럼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해 자금을 대거 투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OTT 서비스 시장은 글로벌 기업인 유튜브가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고 국내 통신 3사가 각각 옥수수·U+비디오포털·올레TV모바일이라는 브랜드로 서비스로 뒤쫓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가 출자한 푹TV나 네이버TV와 아프리카TV, CJENM이 제공하는 티빙도 경쟁 중이다. 여기다 글로벌 OTT기업인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무기로 국내시장에 진출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뉴미디어 분야의 전문가들은 “OTT는 다른 유료서비스보다 고객 해지율이 높으면서 기술도 범용화된데다 가격이 무료인 서비스까지 등장했다”며 “내 가입자를 뺏기지 않고 남의 가입자를 뺏어올 수 있는 수단은 오리지널 콘텐츠”라고 지적한다.

SK텔레콤은 11번가의 성공 방정식을 재연할 것으로 전망된다. 11번가는 분사 과정에서 최근 국민연금 등에서 5,000억원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이베이코리아에 이어 업계 2위인데다 수년간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주요 투자자인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이번 투자를 놓고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SK텔레콤은 11번가가 보유한 고객 데이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그룹 상층부의 의지를 전달하면서 국민연금을 설득했다. 11번가가 지난해 말 기준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최근 월 단위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는 것도 국민연금이 마음을 바꾸는데 영향을 미쳤다. SK텔레콤은 국민연금에서 이례적으로 투자확약서(LOC)까지 받아냈다. 결국 SK그룹 차원에서 보장하고 성장성이 있는 사업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 투자자들에게 먹힌 셈이다.



IB업계에서는 옥수수가 11번가처럼 성공하려면 ‘유료 가입자’ 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옥수수의 상황은 11번가보다도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11번가는 2017년 말 거래액 기준으로 9조원에 달해 1위인 이베이코리아(12조원)을 추격하는 상황이었다. 영업적자 폭도 줄어들고 있었다.

반면 옥수수는 월별 순이용자가 313만명으로 3위긴 하지만 1위 유튜브(2,466만명)와 격차가 크다. SK텔레콤 가입자 중 무료 콘텐츠 이용 의사가 있는 고객이 대부분이어서 유료 사업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복수의 IB 업계 관계자는 “유료 가입자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다”면서 “지속 가능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도 어렵다”고 말했다. 유튜브는 가입자들이 자발적으로 동영상을 올리면서 성장해온 반면 옥수수는 통신사의 하위 사업부에 있어 콘텐츠 개발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투자금을 받아 콘텐츠를 사오거나 고액의 연봉을 주고 크리에이터를 영입하는 정도로는 경쟁사를 압도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옥수수가 이동통신사업과 시너지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SK그룹이 SK브로드밴드 내의 사업부인 옥수수를 분사해 SK텔레콤의 자회사로 격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비스 개시 초기 옥수수는 SK텔레콤의 고가 요금제 고객에 제공하는 무료콘텐츠 성격이었지만 최근에는 옥수수의 콘텐츠만 보고 들어오는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옥수수가 투자유치에 성공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려면 플랫폼 간 합종연횡이 필요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옥수수의 투자 유치는 SK텔레콤이 보증하면 성공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생존하려면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처럼 플랫폼 경쟁자끼리 합작해 시장을 더욱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각각 대기업 계열사로 자존심 경쟁을 펼치는 국내 환경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국내 OTT 기업들은 협업을 논의했으나 이해관계가 부딪쳐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세원 김민석기자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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