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소득주도성장 의구심...독단적 경제정책 안돼"

정창영 삼성언론재단 이사장 '민본경제' 출간 기자간담회

정창영 삼성언론재단 이사장 인터뷰/서울경제DB정창영 삼성언론재단 이사장 인터뷰/서울경제DB



“경제가 급속히 둔화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이념과 도그마에 치우쳐 위험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정부가 지나친 자기 확신에 빠져 독단에 근거해 경제정책을 펴면 안 됩니다.”

원로 경제학자이자 연세대 총장을 지낸 정창영 삼성언론재단 이사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신영기금회관에서 열린 새 저서 ‘민본(民本)경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기본은 서민경제”라며 “중산층이 무너지고 양극화가 심해지는 현실에서는 저소득층에 모든 재정적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데 정부 정책은 오히려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경제학에서 소득주도 성장을 이론이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전히 미지수지만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만 바라보는 독단에 빠지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정 전 총장은 현대경제학의 수요·공급이론 기반을 닦은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의 말을 언급하면서 “경제정책은 ‘따뜻한 마음과 냉철한 이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규제 완화, 민영화, 자본시장 자유화 등)’를 전파하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 와서 미국은 빈부격차가 심해졌고 IMF도 양극화로 인한 성장정체를 경고했다”면서 “한국 사회도 예외가 아니지만 경제정책은 냉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이 가계 임금소득을 늘릴 수 있지만 영세자영업자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갈 수 있다든지, 저소득층 일자리 감소처럼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의 고용대란과 관련해서도 “우리나라 일자리 시장은 경제사적 측면에서 봐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적인 충격을 받은 것인데 임시방편적인 예산과 정책만 나온다”며 “우리 정부가 조 단위 돈을 너무 쉽게, 가치 없이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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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만들기와 관련해 정 전 총장은 “정부가 일자리를 늘린다고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을 말하는데 가장 기본적이고 쉬운 길을 찾아가야 한다”면서 “중앙집권적 계획경제가 아닌 이상 자본주의시장 시스템에서는 민간이 일자리를 만든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최근 10년간 미국과 영국을 보면 새 일자리의 60% 이상이 신생 중소·벤처기업에서 나왔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면서 “미국은 스탠퍼드대만 보더라도 엄청난 벤처기업과 일자리를 만들었는데 우리나라 대학 창업은 중국보다도 20년 늦었다”고 진단했다.

그 이유에 대해 “연구개발(R&D)만 봐도 우리나라는 성과 위주이기 때문에 사실상 작업이 끝난 연구가 투자를 받는 식이고 제대로 된 중앙 컨트롤타워도 없다”며 “공산주의 계획경제체제인 중국도 기본사항만 빼고 나머지는 자율에 맡기는 ‘네거티브 규제’를 하는데 우리나라는 ‘포지티브 규제’가 많아 실용주의 관점에서도 한계가 더 크다”고 평가했다.

정 전 총장은 경제 문제 해법과 관련해 “신뢰 회복이 우선이고 그다음은 시장 효율성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당국자가 진실을 얘기하지 않으면 신뢰가 한번에 무너진다”면서 “통계청에 대한 압력이 있었다면 국민이 경제통계를 믿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굉장히 큰일”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정부에 대해 정권을 불문하는 국가 차원의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출산 대응은 30년이어도 부족한 장기 계획인데 3개년으로 잡힌 것을 보고 놀랐다”며 “우리나라는 대통령 5년 단임제이다 보니 국가 장기 과제가 거의 해결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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