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의 금괴를 담보로 투자 사기 의혹을 받고 있는 SL블록체인그룹(옛 ‘신일그룹’)이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당장 이번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되는 유지범 회장이 기자간담회를 예고한 가운데 경찰 수사도 계속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L블록체인그룹은 다음 주 블록체인 백서와 새로운 사이트를 공개하는 등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에 적극 맞서고 있다.
SL블록체인그룹 측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음 주말 지나서 경찰 조사와 상관없이 백서 공개, 사이트 오픈 등 사업을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면서 “SL코인 등 그룹 내 여러 코인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국제거래소에 상장해 시가 총액 1위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명도 기존의 신일그룹에서 ‘SL블록체인그룹’, 가상화폐 이름도 신일골드코인에서 ‘SL코인’으로 바꿨다.
회사는 금괴가 실렸다는 소문의 주인공인 돈스코이호를 인양하는 데도 속도를 낸다. SL블록체인그룹 측은 러시아 주재 전직 외교관, 러시아 주재 사업가, 전·현직 러시아 대학교수 등을 중심으로 특사단을 구성해 다음 달 러시아에 파견한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러시아를 방문해 돈스코이호의 공동 인양 및 승조원 유해의 러시아 송환, 금화 발견시 러시아와 공동 소유권 인정 등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특사단 파견 이후 포항해양청에 매장물 발굴 허가를 신청해 승인서를 받아 돈스코이호를 인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특사단이 러시아에 가는 비용 일체를 회사가 부담하고 추가로 특사단에게 SL코인 1억원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SL블록체인그룹이 이처럼 속도를 내는 데는 회사를 둘러싸고 투자 사기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지난 7월 SL블록체인그룹이 울릉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하면서였다. 이전부터 돈스코이호와 관련해 약 150조원의 금화와 금괴 5,500상자가 실려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현재까지 금화와 금괴가 배에 실려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회사는 돈스코이호의 금괴를 담보로 신일골드코인을 발행해 프라이빗세일을 진행했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SL블록체인그룹이 돈스코이호의 인양 의지가 사실상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각종 압수물을 분석한 결과 SL블록체인그룹이 인양 사업 경력이 없고 100배 수익을 보장한 신일골드코인 역시 포인트머니(사이버머니)에 불과하다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이 추정한 피해자만 2,600여명, 피해금액은 90억원에 이른다.
SL블록체인그룹이 최근 블록체인 백서 공개 및 러시아 특사단 파견 계획을 밝힌 것은 경찰의 이같은 주장에 맞서기 위한 셈이다. 회사는 한발 더 나아가 SL블록체인그룹의 몸통으로 손꼽히는 유지범 회장의 기자간담회 개최를 예고했다. 베트남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유 회장이 직접 나와 모든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계획들이 실제로 진행될지를 놓고 업계에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유 회장의 기자간담회가 열릴 날짜와 장소도 미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지범 회장이 한국에 들어오면 바로 경찰에 잡히는 상황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겠느냐”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