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이 ‘수녀 성폭행’ 의혹에 대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인도 프랑코 물라칼 주교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인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천주교 주교회의는 20일(현지시간) 성명으로 교황청이 물라칼 주교의 교구 사목업무 일시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물라칼 주교 관할인 인도 북부 펀자브 주(州) 잘란다르 교구 관련 업무를 은퇴 주교인 아그넬로 루피노 그라시아스에게 위임했다.
인도 남부 케랄라 주에 사는 한 수녀는 최근 물라칼 주교에게 2014∼2016년 2년간 13차례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 인도 주재 교황청 대사 등에게도 관련 내용을 편지로 보냈고, 지난 6월에는 경찰에 소장도 제출했다. 또한 이 수녀의 동료들은 지난 13일 케랄라 고등법원 앞에서 물라칼 주교를 체포해야 한다고 시위한 바 있다.
케랄라 경찰은 물라칼 주교를 소환해 지난 19일부터 조사를 벌이고 있다. 물라칼 주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날조된 이야기로 교회에 대한 음모”라고 반론하며 자신에 대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라칼 주교는 지난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이번 사건에 대응해 나갈 시간이 필요하다”며 “잠시 주교직에서 물러나게 해달라”는 편지를 보낸 바 있다.
형식적으로는 물라칼 주교의 요청을 교황이 받아들인 형태로 보이지만, 수녀들은 교황청이 물라칼 주교에 대해 의미 있는 조치를 한 것이라며 환영했다. 물라칼 주교 체포를 주장한 수녀 중 한 명은 힌두스탄타임스를 통해 “우리는 행복하다. 교황청이 마침내 우리의 기도를 들어줬다”며 “이번 조치는 우리의 투쟁과 관련한 첫번째 승리”라고 밝혔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