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최초로 포퓰리즘 정부를 출범시킨 이탈리아가 저소득층에 월 780유로(약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등 내년 재정지출을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주세페 콘테 총리 등 이탈리아 정부의 주요 각료들은 예산 공개마감 시한인 27일 밤(현지시간) 로마에서 회동해 내년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2.4%로 설정하는 데 합의했다. 이전 정부가 정했던 2019년도 목표치(0.8%)와 비교하면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반체제정당 ‘오성운동’ 대표인 루이지 디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합의 직후 로마 키지궁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우리는 이탈리아를 변화시켰다”면서 “처음으로 국가가 시민들의 편에 섰다”고 강조했다. 극우정당 ‘동맹’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도 “우리가 이룬 결과물에 아주 만족한다”고 밝혔다.
오성운동과 동맹은 빈민층에 월 780유로(약 100만원)의 기본소득 제공과 세금 인하, 연금수령 연령 재하향 등 총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무당파 인사이자 예산안 수립의 책임자인 조반니 트리아 재정경제장관이 지출확대에 반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트리아 장관은 유럽연합(EU)과 금융시장의 불안을 고려해 재정적자 규모를 이전 정부가 제시한 올해 목표치 수준인 1.6%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014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 온 재정적자 비율이 다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오는 2020년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전임 정부의 구상은 물거품이 됐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재정확대를 경계해온 EU와 이탈리아의 갈등도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의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131%로 유로존에서 그리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해 EU는 이탈리아에 공공지출 축소를 주문해왔다.
이탈리아의 재정악화 우려에 금융시장도 출렁거렸다.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금리는 28일 오후 장중 전날 대비 0.36%포인트 급등해 3.2%선을 돌파했고 대표 주가지수인 FTSE MIB는 4.6% 급락했다. 독일·프랑스 등의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