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전날보다 6원85전 떨어진 100엔당 977원53전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6월14일 984원41전을 기록한 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엔 환율은 이달 중순까지 1,000원대를 웃돌았지만 14일 1,000원대가 무너진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원·엔 환율이 계속 떨어진 이유는 원화가 미국 달러화 대비 상대적으로 보합세를 유지한 것과 달리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가 크게 하락해서다. 원·엔 환율은 직접 산출되지 않고 각각 통화의 달러 환율에 따라 매겨지는데 이 같은 상황이 원·엔 환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엔화 약세는 미일 무역전쟁 가능성에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집권을 이어가며 확장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자 투자자들이 엔화는 팔고 달러화는 사들이면서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반면 원화는 최근 북미 관계 개선 기대에 수출이 꾸준히 호조를 이어가면서 달러화와 견줘 통화 가치를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엔화 약세 기조가 점차 완화돼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일 간 협상이 시작되면서 무역 갈등 우려가 다소 누그러진 점도 엔화의 하락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엔화 약세 기조는 연말까지 반복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엔 환율은 현재 수준에서 바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일본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더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약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경우 일본 기업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1% 하락하면 한국 수출이 0.49% 감소하고 특히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제품은 0.7~1%까지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으로부터 부품 등을 들여오는 수입 업체들이나 여행업계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전체 추이를 볼 때 현재 엔화 약세는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상황을 꾸준히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