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법원은 성관계 동영상이 나오는 모니터를 재촬영해 전송한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백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내연남과 합의하에 성관계동영상을 찍은 A씨는 해당 영상을 재생해 모니터를 다시 찍는 방식으로 내연남의 배우자에게 전송했다. 이에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1심과 2심은 유죄판단을 내렸지만 대법원은 “관련법이 금지하는 것은 타인의 신체를 직접 촬영해 전송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성폭력특별법 제14조의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는 카메라나 그 밖에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 또는 그 촬영물을 반포, 판매, 임대, 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 상영한 경우 적용된다.
이와 관련해 포항시 변호사 김세라 법률사무소의 김세라 변호사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촬영물을 영리목적으로 유포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된다”고 설명했다.
이때 동의 없이 촬영한 영상을 유포하지 않고 보관만 하고 있어도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적용을 받는다. 그런데 위 사례처럼 재촬영 후 전송한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은 진화하고 있는 디지털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촬영물은 물론 그 촬영물을 재촬영한 것도 불법 촬영물의 범위에 포함시켜 이를 반포ㆍ판매ㆍ임대ㆍ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ㆍ상영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최근 발의됐다.
이와 같이 연인 간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거나 사진을 찍어 유포하는 사례가 점점 더 늘고 있고 불법으로 타인의 은밀한 신체부위나 사생활을 촬영해 유포하는 범죄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처럼 상대방 동의 없이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하거나 이를 빌미로 협박 또는 온라인상에서 성적으로 괴롭히는 행위 등을 ‘디지털성범죄’라고 한다”면서 “이러한 디지털성범죄는 SNS나 온라인으로 순식간에 퍼져나가 피해자가 알게 되더라도 이미 유포된 촬영물을 다 삭제하는 것이 불가능해 피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여성가족부는 불법 촬영물의 삭제 지원을 규정한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의 3’을 신설하고 9월 14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포항시민들의 형사사건 해결을 돕고 있는 김세라 변호사는 “또 다른 디지털성범죄로는 몰카 영상물을 다운받아서 유포한 경우 적용되는 음란물유포죄와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있다”면서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성적 욕망을 유발시키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등 통신매체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시켰을 경우 성립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더욱이 음란사이트 링크 주소만 보내도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디지털성범죄들에 대해 형사 처벌이 강력해지고 있으므로 관련 범죄에 휘말리게 됐을 경우에는 신속하게 변호사의 조력으로 피해 회복과 대응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