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마크 바이오제약 업체인 노보노르디스크(Novo Nordisk)에 근무하는 니콜 세로프(35) 씨는 두 아이의 엄마지만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온 후 그는 부서장에게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오후5시까지 돌봐주기는 하지만 아이가 집에서 7시에 자야 하기에 오후4시께 퇴근하고 나머지 근무는 집에서 하고 싶다”고 의사를 전달했다. 그의 남편 역시 든든한 도우미다. 세로프 씨는 “회사는 업무시간의 유연성으로 워킹맘을 지원하고 남편은 육아를 분담하며 돕는다”며 “회사와 남편이 든든하게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덴마크 여성 가운데 육아 문제로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를 본 적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복지 선진국 여성들에게 육아휴직 후 원래의 직장과 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특별하지 않다. 우리나라 성별 임금격차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출산과 육아로 인한 여성들의 경력단절이 이들 나라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남성 역시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아내와 함께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육아휴직 후에도 남녀 근로자 모두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유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남녀의 임금격차가 가장 큰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르다. 여성들과 달리 여전히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여성들은 육아휴직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려 해도 마땅한 보육시설이나 보육 서비스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운 사회구조와 분위기상 여성들은 경력단절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중 경력단절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30~39세(51.2%)다. 결혼 후 출산과 육아 과정을 겪는 30대 때 일을 그만두는 여성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력단절을 피하기 위해 아이를 낳지 않는다. 경력단절 및 성별 임금격차가 저출산과 직결되는 셈이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녀 임금격차 축소 및 경력단절 해소와 더불어 남녀 육아휴직의무제 등 여성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양성평등, 출산·육아친화적인 직장문화는 여성의 고용률 및 출산율 증가로 이어진다.
양성평등 문화 확산은 여성의 고용률 증가, 국내총생산(GDP) 확대와도 연결된다. 지난 4월 맥킨지앤컴퍼니가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성 평등 확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성 평등이 최대로 실현된다면 오는 2025년까지 1,600억달러(약 172조5,000억원)의 국부가 신규 창출돼 GDP가 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윤기자 코펜하겐=강동효기자lu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