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음 ‘오’는 응원할 때 내는 소리인데, 이를 위아래로 뒤집은 모음 ‘우’는 야유가 되지요. 다같이 ‘오’ 소리를 내봅시다. 오-”
1일(현지시간) 국립앙카라대학교 부설 고교의 제2외국어 한국어 수업에서 교사가 한글 모음을 가리키며 설명을 하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목소리로 따라했다. 이날은 이번 학기에 개설된 한국어 수업 두 번째 시간이었다.
앞서 작년 2월 터키정부는 초·중·고교에서 가르칠 수 있는 제2외국어 과목에 한국어를 채택했고, 이번 가을학기부터 한국어 교과가 정식으로 개설됐다. 앙카라대 부설 고교는 새 학년을 맞아 한국어 과목을 신청한 학생 약 40명 중 제2외국어 수업을 처음 듣는 14∼15세 9학년(한국의 중3∼고1에 해당) 학생만 뽑아 8명으로 한 반을 구성했다.
한국어반 8명 중 6명은 부설 고교 2곳 가운데 과학고교 소속으로, 한국의 기술발전과 대기업, 한국 유학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인지 우이살(여) 학생은 “서울대학교 같은 한국의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싶어서 이를 위한 준비 과정으로 한국어 과목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 메르트 부르살리오을루(15)는 “기술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한국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 나라로 유명해서 한국어를 선택했다”면서 “터키에 한국어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만큼 한국어를 배워서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소개했다. 한국어반을 담당하는 유은미 교사는 “이제 한 번 수업했을 뿐인데 아이들이 한글의 자모 조합 원리를 금세 깨우쳤다. 어떤 소리가 만들어지는지 스스로 자음과 모음을 바꿔보는 등 아이들의 열의가 남다르다”고 전했다. 이이트 귄뒤츠(14) 학생은 “한국어가 터키어와 비슷해서 쉽게 익힐 것 같다”고 했다.
한국어가 터키 교육과정에 제2외국어 과목으로 추가됐지만, 실제로 반을 개설할 여력이 있는 곳은 현재 앙카라대학을 비롯해 한국어 전공이 운영되는 대학 3곳의 부설고교 등 극소수다. 한국어 교원 과정을 이수한 터키인 교사가 거의 없고, 학생들에게 맞는 교재도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어가 제2외국어로 채택되는 데 크게 일조한 앙카라대 한국어문학과장 에르탄 괴크멘 교수는 “일단 한국어가 제2외국어 과목으로 지정돼 일선 학교에서 수업을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외국 학생에 맞는 다양한 한국어 교재가 개발돼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그는 “현재 한국어 교재는 해외 한국인 2·3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라 외국 학교에서 쓰기에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수업에는 최홍기 주(駐)터키 대사, 조동우 주터키 한국문화원장 등 한국 인사와 에르칸 이비시 앙카라대 총장, 괴크멘 한국어문학과장 등 대학 관계자가 참관하며 한국어 교과목 개설을 축하했다. 최홍기 대사는 “한국과 터키의 관계는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가깝고 오래된 관계”면서 “여러분이 한국어를 배워 두 나라 관계를 더욱 두텁게 하는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