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영동군을 찾은 날 산들바람이 불었다. 높아진 하늘도 파랗게 물들었다. 양떼구름도 하늘을 수놓았다. 영동군에 진입해 처음 발길이 머문 송호국민관광지의 풍경이다. 28만㎡ 금강 변 둔치 솔밭에는 10령(1령은 10년)이 넘은 소나무 1만그루가 식재돼 있다. 강에서 카약 체험을 하고 있는 관광객들은 노를 젓느라 첨벙첨벙 물을 튀겼다. 둔치에는 캠핑 사이트가 산재해 있었다. 마침 주말이라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몰렸다. 다른 야영장과 달리 차량이 캠핑 사이트로 진입할 수 없어 리어카에 짐을 싣고 나르는 아이들은 신이 났다.
캠핑장 솔숲을 지나 동쪽으로 나아가자 양산 팔경 중 하나인 ‘여의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의정은 송호리 솔밭 동쪽 끝에 있는 정자로 밀양박씨 종중이 35년 건립했다. 나지막한 정자지만 허허벌판에 홀로 솟아 서너 발짝만 올라도 주변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역사적 가치는 떨어지지만 정자 옆에 불상과 석탑이 있는 구조와 배치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낮에 더웠다가 밤에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과실수가 생산한 탄수화물이 열매에 축적되고 당으로 전환된다. ‘일교차가 커 과일이 달다’고 침이 마르게 자랑하는 영동군민을 의심해 뒷조사한 결과다. 영동군은 충북 최남단에 위치하는데 동쪽으로는 경상북도 김천시·상주시와 맞닿아 있고, 서쪽은 충청남도 금산군, 남쪽은 전라북도 무주군과 경계를 마주하고 있다. 영동은 위도상 서울과 부산의 중간쯤에 있지만 소백산맥의 추풍령이 가까워 일교차가 큰 지역으로 꼽힌다. 영동은 그런 기후 덕분에 포도농사가 발달해 와이너리가 산재해 있다. 1세대 와인 마니아인 ‘로마네꽁띠’의 박인식 대표는 “포도나무는 뿌리가 지하 수십m 깊이까지 내려가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다”고 했다.
영동에는 그렇게 몸에 좋은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가 43곳이나 있다. 이밖에 규모가 큰 양조업체인 와인코리아도 포도주를 대량 생산하고 있다. 수많은 와이너리 중 이번에 방문한 곳은 영동블루와인농원. 지난 2011년 귀농한 진경석 대표는 이곳에서 와인을 빚어 판매하고 족욕체험을 진행하는 등 농업에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접목한 ‘6차 산업’을 시현하고 있다.
진 대표에게 와인을 맛있게 마시는 요령에 대해 물었더니 “고기를 씹다가 삼키기 전에 와인을 한 모금 마신 후 함께 삼키면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다”며 “문외한일 경우 소믈리에에게 희망 가격대를 이야기하고 추천을 부탁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포도의 본산 영동군은 ‘대한민국 와인 축제’를 오는 11~14일 영동읍 부용리 하상주차장 일원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같은 기간 ‘영동난계국악축제’도 이어진다. 1378년 음력 8월20일 충북 영동에서 출생한 박연을 기리기 위해 진행되는 축제다. 기자가 영동을 방문한 지난달 29일은 공교롭게도 음력 8월20일로 박연이 탄생한 지 640주년 되는 날이었다. 백성우 영동축제관광재단 총감독은 “영동군은 고구려 왕산악, 신라 우륵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꼽히는 박연을 기리기 위해 영동국악체험촌을 운영하고 있다”며 “올 축제에는 국악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을 자극하기 위해 KAIST와 손잡고 로봇이 종묘제례악을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설명이 끝나고 국악기 연주 체험이 이어졌다. 에너지 넘치는 이정미 강사는 수십 명의 사람을 모아 놓고 동시에 장구·북·가야금 연주를 지도했는데 짧은 시간에 정돈되는 리듬이 신기할 뿐이었다. 체험료는 단체 1인당 30분에 1,500원, 개인은 30분에 3,000원을 받는다. 올해로 51회를 맞는 ‘영동난계국악축제’는 국내 유일의 국악 축제로 어가행렬 및 종묘제례 시연, 전통 국악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체험을 진행한다. 국악기 제작과 연주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으며 타북식, 숭모제, 난계거리 퍼레이드, 조선시대 어가행렬 및 종묘제례 시연도 함께 열린다. /글·사진(영동)=우현석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