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억원이 넘는 장학금을 익명으로 전라남도 담양군에 수차례 맡긴 기부천사가 소방관 출신의 70대 지역주민인 것으로 밝혀졌다.
3일 담양군 등에 따르면 임홍균(77)씨는 지난 2009∼2011년 사이 세 차례에 걸쳐 3억200만원을 익명으로 기부했다.
그는 2009년 ‘골목길에 등불이 되고프다. 소방대 자녀들을 위해 써달라’는 쪽지와 함께 2억원이 담긴 토마토 상자를 담양군에 기탁했다.
쪽지에는 ‘일찍이 파란 신호등처럼, 그러나 적신호가 행동을 막아 이제야 진행한다. 소방대 5년 이상 자녀. 2·4년 졸업 시까지 매년 지급. 읍면장 추천으로 군에서 집행’이라며 기부금의 취지가 명확하게 쓰여 있었다.
그는 당시 신원을 알리지 않기 위해 수신자를 담양군수, 발신자는 광주 동구 충장로 OO서점 김XX로 적어 광주의 한 우체국에서 발송했다.
담양군은 기부자의 메모에서 이름을 따 이 돈을 ‘등불장학금’으로 부르고 수혜자를 선정해 지원했다.
2010년에도 ‘첫봄을 밝혀야 할 등불이 심지가 짧다’며 200만원이 든 상자를, 2011년에는 등불장학금에 써달라며 1억원이 든 상자를 또다시 몰래 기부했다.
군청 인근에서 다른 민원인에게 행정과에 전달해달라며 상자를 건넨 임씨는 그동안 170㎝가량의 마른 체격에 중절모를 쓴 신사라는 정도로만 알려졌다.
임씨는 이후 크고 작은 기부 활동을 하고 등불장학금 후원회 활동을 했음에도 초기 기부에 대해서는 계속 함구해왔다.
2015년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며 1억100만원을 기부했을 당시에도 알려지는 것을 꺼렸으나 다음해 자녀의 연말정산 과정에서 실명이 알려졌고 “굳이 숨기지 말고 기부를 독려하는 것이 낫다”는 주변 권유로 이때부터는 이름을 드러내고 활동했다.
임씨의 꾸준한 기부를 지켜본 지인들은 담양을 떠들썩하게 했던 ‘기부 돈 상자’의 주인공도 임씨가 아니냐며 선행을 알리는 것이 낫다고 설득했다.
그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사는 이웃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도록 앞으로도 기부 활동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희연을 위해 자녀들이 준비한 기금과 폐지와 고물을 수집해 판 수익금 등 세 차례에 걸쳐 600만원을 실명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아울러 2010년 아이티 대지진 피해자 돕기 성금 모으기 등 지난 9년간 크고 작은 기부와 독려 활동도 꾸준히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