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씨앗을 뿌리고자 평양을 방문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남남(南南)갈등의 불씨만을 뿌리고 돌아왔다. 10·4선언 11주년을 기념해 방북한 이 대표가 쏟아낸 ‘말’들 탓이다. 야당에 대한 배려라곤 전혀 없었던 이 대표의 ‘가벼운’ 말에 야당은 등을 돌렸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안동춘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정권을 뺏기면 (남북 국회 간 교류를) 또 못하기 때문에 제가 살아 있는 한 (정권을) 절대 안 빼앗기게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야당을 남북교류의 장애물로 규정한 셈이다. 민주당이 아닌 다른 정당이 집권하면 남북 평화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 대표의 오만한 발언은 야당의 화를 돋웠다. ‘국가보안법 재검토’ 발언도 논란을 샀다. 변화한 시대적 분위기에 걸맞게 국가보안법 개정, 더 나아가 폐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아직 여야 간 대화가 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굳이 북한에서 섣불리 언급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국가보안법 개폐 여부는 국내 정치권에서 결정할 문제지, 북한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야당의 협조 없이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대업을 이뤄낼 수 없다는 사실은 이 대표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신중치 못한 말로 야당을 적으로 돌린다면 남남갈등만 격화될 뿐이다. 국회회담을 비롯한 남북교류에 야당이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집권여당에 득이 될 게 없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 9월 당 대표로 취임한 후 처음으로 봉하마을을 찾은 이 대표는 방명록에 이렇게 적었다. ‘사람 사는 세상! 함께 사는 세상!’ 야당과 ‘함께’ 가겠다는 집권 여당 대표의 의지가 엿보인 ‘무게 있는’ 문장이었다. 이 대표가 야당을 자극하는 ‘가벼운’ 말보다는 야당을 안고 가는 무게 있는 말로 남북 국회 교류의 물꼬를 트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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