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주도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9일(현시간) 연내 사임을 공식화했다.
약 2년간 유엔 대사직을 수행하고 자진해서 퇴로를 선택한 모양새를 취하기는 했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이 본궤도에 오른 시점과도 맞물린 것이어서 주목된다.
헤일리 대사는 지난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과 제6차 핵실험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 정책을 최전선에서 이끌었다.
헤일리 대사는 지난해 1월 취임한 이후 4차례의 안보리 대북결의안을 처리했다.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한 제재결의 2375호를 통해 ‘유류 제재’의 길을 텄다면, 연말에는 북한의 ICBM급 ‘화성-15형’ 발사에 맞서 원유 공급량을 동결하고 정유 공급량을 대폭 제한하는 제재결의 2397호를 통과시켰다.
대북 압박에 난색을 보이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조율 과정에서 제재 수위가 낮아지기는 했지만, ‘정권의 생명줄’로 꼽히는 유류 공급까지 제한함으로써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고 나왔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다.
특히 헤일리 대사는 6차 핵실험 직후 소집된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 김정은이 전쟁을 구걸하고 있다”고 발언해 북한을 자극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헤일리의 악담질은 우리에게 전쟁 도발자 감투를 씌워 새로운 고강도 제재결의 채택을 무난히 치러 보려는 흉심의 발로”라며 헤일리 대사를 ‘돌격대’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헤일리 대사의 사임이 대북제재의 변화로 이어질지 관심이지만 ‘유엔대사 교체’만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바뀔 것으로 점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북 협상모드가 본격화하는 국면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까지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우호적 기류가 한층 뚜렷해진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각각 국가정상급 및 장관급 안보리를 소집해 대북제재 대오를 다잡은 것은 상징적인 장면이다.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제재 완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헤일리 대사의 사임은 그의 정치적 입지와 맞물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흐름에서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고 당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꿰뚫는 복심으로 불렸다.
‘초강경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등장하자 ‘볼턴-폼페이오-헤일리’ 신(新) 3인방으로 꼽히기도 했다.
올해 들어 상황은 확연히 달라졌다. 언론접촉을 극히 꺼렸던 틸러슨 장관의 후임으로 폼페이오 장관이 전면에 등장하고, 볼턴 보좌관이 초강경 보수 진영을 대변하면서 헤일리 대사의 입지가 좁아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폼페이오 장관이 각종 외교이슈를 주도하면서 헤일리 대사의 역할은 확연히 줄었다”면서 “여기에 강경보수의 볼턴 보좌관까지 등장하면서 헤일리 대사는 핵심 정책논쟁에서 사라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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