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을 요청하는 평양의 메시지를 들고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과 교황과의 면담은 18일 정오(현지시각)에 진행된다. 문 대통령의 이탈리아 순방은 한·이탈리아 정상회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성베드로 성당 미사, 교황 단독 면담 순으로 이어진다. 앞서 프랑스를 국빈방문한 문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상대로 ‘대북 제재 완화 공론화’에 공을 들였다. 이탈리아에서는 이의 연장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교황 초청 뜻을 전달한다. 교황의 방북은 북한을 정상국가로 복원시키는 데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번 면담에서 교황의 방북 수락 메시지를 받는다면 앞으로 최대 관건은 방북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정상회담과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등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이벤트가 산적해 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북미정상회담은 실무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내년 초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교황 방북이 단시일 내 추진되기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하지만 북미협상이 교착 상태인 상황에서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북한은 전 세계를 상대로 이미지를 개선하는 한편 북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의 불신의 벽을 낮추고 나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움직이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교황의 방북 수락 여부를 떠나 북한이 단시일 내에 교황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느냐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도 있다. 사실상 종교의 자유가 없고 사회 곳곳이 통제된 북한이라는 나라에서 교황을 초청하는 것은 내부적인 리스크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문 대통령과 교황과의 면담은 교황청 교황 서재에서 1시간가량 진행된다. 통상 교황과 외국 정상의 면담 시간이 30분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교황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