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전선이 우편 분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144년 된 만국우편연합(UPU) 탈퇴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이 극히 낮은 요금으로 우편물을 미국에 배송할 수 있도록 하는 현 UPU의 협약이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 불공정한 제도라는 이유에서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UPU 재협상에 착수할 계획이며,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UPU를 탈퇴할 예정이다. 스위스 베른에 본부를 두고 1874년 창설된 UPU는 유엔 산하의 정부 간 기구로, 현재 총 192개국에 이르는 회원국 간 협의를 통해 우편요금 규정을 만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 UPU 체제가 미국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아 중국 등 다른 국가에 유리하도록 규정돼 있어 중국 제조업체들의 미국 수출이 유리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의 설명에 따르면, LA에서 뉴욕까지 1파운드(0.453592㎏) 소포의 우선취급 배송료는 7∼9달러(7,800∼1만원)이지만, 같은 소포가 중국에서 뉴욕으로 가면 2.50달러(2,800원)다. 미국 대비 4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미국 정부는 앞으로 1년여간 UPU 탈퇴 절차를 밟으면서 UPU 협약 조건을 재협상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UPU 탈퇴 선언은 백악관이 중국 정부의 ‘약탈적 관행’을 중단하라는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가 무역전쟁과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다.
UPU 이탈 시 트럼프 행정부는 또 다른 국제기구 탈퇴 기록을 남기게 된다. 그간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이어 유네스코(UNESCO), 유엔인권이사회(UNHRC) 등 국제기구에서 탈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