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고비용에…협력사 일감반납 속출] 비용 줄이려 사회적기업 편법 설립…'알바' 구해 납기 맞추기도

비영리 기업으로 바꿔 지원 노려

5인 미만 회사로 쪼개기 꼼수도

자사선 정규직…타사선 알바로

주야 3교대 근무 전환 비용 절감

1915A02 그래픽



최저임금, 원자재 값 인상 등으로 고비용 구조가 심화되면서 중소 제조기업이 그간 어떻게든 유지하려 애쓰던 대기업 공급물량까지 포기하는 가운데 업계에는 각종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운영비용 절감을 위해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인력과 비용을 나누거나 주52시간근무제를 앞두고 타사와 인력을 교환해 이를 회피하는 ‘동종업체 간 정규직 인력 교차활용’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업체 운영비용 절감 위해 사회적 기업 설립도=수도권에 공장을 두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상대로 배달세탁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사회적 기업(법인)을 새로 설립했다. 포장이나 다림질 같은 단순업무가 가능한 장애인 고용을 최대한 늘려 정부의 세제 혜택은 물론 일자리창출지원금이나 사업개발비 등을 받는 게 목적이다. 추가 인력 고용이나 매출의 일부를 이 법인으로 돌려 최대한 운영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그는 “단순 반복작업이나 조금 고생스러운 일은 가뜩이나 사람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존 직원들까지 다 도심 편의점 같은 곳으로 빠져나갔다”며 “그 인건비를 다 올려주면 사회적 기업 혜택이라도 받지 않고서는 도저히 우리 규모로는 회사를 운영할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나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수행해 수익을 창출하는 영리·비영리 조직을 말한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된 지난 2007년 55곳을 시작으로 현재 2,000곳을 훌쩍 넘겼다. 정부는 매년 이 같은 사회적 기업에 일자리창출지원금(800억원), 사업개발비(200억원) 등 1,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기존 업체를 유지하기 위해 편법으로 사회적 기업을 이용하는 경우까지 생겨나면서 이익을 내는 사회적 기업은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5년간 사회적 기업의 부정수급 사례가 점차 늘어나며 그 액수가 38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사회적 기업 부정수급 현황’에 따르면 2013~2017년 5년간 사회적 기업 173곳이 정부 지원금을 부정수급했다가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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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사와 인력 교환·소사장제·지입사업 등 편법 난무=어려워진 제조업체를 운영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편법이 업계에서 횡행한다. 경기도 파주의 B 인쇄업체는 ‘동종업체 간 정규직 인력 교차활용’에서 답을 찾았다. 기존 정규직 직원은 주 4일만 근무하고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다른 업체의 정규직 직원을 아르바이트로 쓰는 방식을 떠올린 것이다. 현재 60여명의 정규직 근로자가 주야 맞교대를 하는 구조에서 오는 2020년 주52시간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주야 3교대로 전환하고 인력도 늘려야 해 도저히 수익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일종의 편법이지만 이 업체 대표는 “회사는 생산 라인을 주말에도 돌려 좋고 정규직 직원들은 주말에 다른 회사에서 근무해 줄어든 급여를 충당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식”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편법은 일종의 기업 쪼개기인 ‘소사장제’다. 경남 마산의 C 주물업체는 연초부터 조형 파트와 후처리 공정 등을 중심으로 별도 법인을 만들고 도급제로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 파트를 책임지던 부장급 직원을 소사장으로 앉혀 개인사업체로 등록시켰다. 이들은 그때그때 기존 물량을 배정받거나 외부 일감까지 소화하며 이익을 맞춰가는 수준이다. 경기도 양주의 D 포장용기업체 역시 현재 20여명 수준의 사업장을 예외업종 적용을 받을 수 있는 5인 미만 업체로 회사를 쪼개는 지입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회사 쪼개기는 일종의 ‘꼼수’지만 뒤집어보면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소 협력사 둘러싼 제반 환경은 더 팍팍해져=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직원 수 300명 이상 업체들이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총 3조6,637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직원 수가 그 이하인 업체들도 순차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받는데 이 경우 30인 이상 299인 이하 사업장은 5조3,331억원, 29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3조3,270억원에 달한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영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올 1·4분기 0.33%로 지난해 말보다 0.04%포인트 증가했다.

이러다 보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살아남기는 더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통계청의 기업생멸행정통계를 보면 자영업자들의 절반 이상이 창업 후 2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실정이다. 2015년 기준으로 창업한 기업이 1년 후 생존한 비율은 62.7%였으나 2년 생존율은 49.5%에 그쳤다.

/이재유·박준호기자 0301@sedaily.com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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