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고양 저유소의 탱크에 유증기 회수장치와 같은 화재 방지 시설이 없었던 점이 문제로 지적된 가운데, 전국 주유소에 유증기 회수장치가 설치됐더라도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일정 기준에 따라 유증기 회수장치가 설치된 전국 주유소 3,156개(지난해 기준)의 검사 결과를 제출받아 공개했다.
이들 주유소에 설치된 주유 노즐 2만4,636개와 저장 탱크 3,730개의 유증기 회수장치 부적합률은 각각 12.5%, 18.7%에 달했다. 주유 노즐의 부적합률은 2013년 6.1%에서 2014년 6.2%, 2015년 7.7%, 2016년 10.4%, 지난해 12.5%로 계속해서 높아졌다. 저장 탱크 부적합률은 2013년 10.5%에서 2014년 9.3%로 소폭 낮아졌다가 이후 2015년 13.2%, 2016년 16.8%, 지난해 18.7%로 상승했다.
유증기 회수장치는 기체로 변한 기름을 다시 액체로 만들어 유증기가 실외로 나가지 않도록 하는 장치다. 이런 장치가 고장 나면 고양 저유소 화재처럼 작은 불씨도 대형 화재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부적합률이 최근 크게 높아진 원인은 장비의 노후화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유증기 회수장치를 최초로 설치한 2008년 이후 설비 노후화가 진행돼 교체가 필요하지만, 주유업계 불황 등으로 교체 비용이 부담돼 노후 장비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적합한 것으로 판정 나면 처음 두 번은 개선 명령만 내리고 세 번째에야 조업 정지 10일을 내리는 등 행정처분이 가벼운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난 7월 개정 고시된 ‘주유소 유증기회수설비의 검사방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정기점검 주기 또한 기존 4년에서 2년으로 줄었지만, 장비의 노후화 정도를 고려하면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신 의원은 “도심 내 인구 밀집 지역에 위치한 주유소를 중심으로 부적합 시설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문인턴기자 smlee9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