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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미숙하고 황당한 대종상, 그래도 그래도 김주혁…

배우 김주혁 / 사진=나무엑터스배우 김주혁 / 사진=나무엑터스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대종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버닝’의 제작사 파인하우스필름 이준동 대표의 수상소감이다. 비록 흥행 면에서는 쓴맛을 봤지만, 수많은 의미로 해석되며 관객들의 깊은 성찰 혹은 의문을 낳았던 작품인 만큼 이 대표의 소감도 짧은 한 마디에 많은 뜻이 담겨있었다.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제55회 대종상영화제가 열렸다. 최우수작품상은 쟁쟁한 후보 가운데 ‘버닝’이 호명됐다. 남우주연상은 ‘공작’ 이성민, 황정민, 여우주연상은 ‘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에게 돌아갔다.

전반적으로 허술한 시상식이었다. 2015년에는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었고, 지난해에는 수상자를 비하하는 스태프의 말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배우들은 사실상 보이콧을 선언했고, 이날 참석한 수상자는 남우주연상 이성민과 남녀신인상을 수상한 이가섭과 김다미만 참석했다.

쌓인 문제들 때문일까 이날 TV조선에서 중계된 시상식의 시청률은 1부 0.9%, 2부 1.4%에 그쳤다. 너무 많은 대리수상으로 흥미가 떨어진 가운데 ‘남한산성’으로 음악상을 수상한 사카모토 류이치 대신 무대에 오르는 제작사 관계자를 뒤로하고 트로트가수 한사랑이 트로피를 받는 해프닝으로 황당한 상황까지 연출됐다.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시상식이 기준을 다시 회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업계의 신임을 잃은 대종상 시상식은 올해도 초라했다. 객석은 비었고, 수상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시청률은 바닥이었다.

영화 독전 스틸영화 독전 스틸


▲ 그래도 김주혁


시상식 이전 ‘뭔가 하나는 주겠지’라고 말했던 한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故 김주혁에게도 상이 돌아갔다. 특별상만은 아니었다. 그는 유작으로 남은 ‘독전’을 통해 연기인생 최고의 변신에 성공하며 당당하게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완벽한 연기였다.



사실 그는 영화계 주요 시상식의 연기상과는 친분이 적었다. 강렬한 이미지를 원하는 연기상에 부드럽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그의 연기는 결이 맞지 않았다. 더욱이 KBS2 ‘1박2일’ 출연으로 ‘구탱이형’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스펙트럼이 좁혀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정체의 위기를 뚫고 180도 변신하는 모험을 택했다. ‘공조’를 거쳐 ‘독전’으로 더 악독해지고 무서운 인물로 과거를 지워버렸다. ‘독전’ 상영 당시 객석에서는 김주혁의 등장에 ‘헉’하고 퇴장에 ‘아’하는 탄성이 들리기도 했다. 단순히 그의 유작 때문은 아니었다. 주인공을 압도할 만큼 화면을 ‘씹어먹은’ 그의 연기에 모두들 감탄해 마지 않았다.

대리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나무엑터스 김석준 상무는 “다음주면 벌써 1년이 된다. 평소 배려가 많았던 친구라 같이 했던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전했을 것 같다. 이 상은 잘 전하도록 하겠다. 감사하다”고 대신 소감을 전했다.

그의 기일은 10월 30일이다. 김 상무의 말처럼 첫 기일이 일주일 남은 시점에 아주 좋은 선물을 받았다. 그에게도, 함께 작업한 이들에게도,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을 위한 ‘기억의 선물’일 것이다. 오늘만큼은 영화로 다시 김주혁을 추억해봐도 즐거울 듯 하다.

영화 흥부 스틸영화 흥부 스틸


김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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