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방문 중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러시아에 대북 제재 유지를 촉구했다.
볼턴 보좌관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라디오 방송인 ‘모스크바 공감’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상을 지속할 것이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새해 1월1일 이후에 다시 만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미 정부 고위관계자의 익명 발언을 전제로 2차 북미정상회담이 내년으로 넘어갈 것 같다는 보도는 있었지만 실명으로 이 내용을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이어 “내가 이해하는 한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며 비핵화가 북한 정권의 선택사항이 아닌 의무라는 점을 강조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시기 및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 네바다주에서 열린 중간선거 관련 유세에서 2차 북미회담 시기와 관련해 “서두르지 않겠다”며 속도 조절을 강조했다. 이는 시간을 무기로 북한을 압박해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려는 미국과 종전선언에서 대북 제재 완화로 초점을 이동시키려는 북한 간의 신경전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북미 간 신경전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이 내년 이후로 연기됨에 따라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됐다. 올해 안에 남북미 종전선언 채택을 추진하려는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볼턴 보좌관은 미국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 의사를 밝힌 이유 중 하나로 북한의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지목하며 대북 압박을 이어갔다. 냉전 시대 군비경쟁 종식의 상징인 INF는 사거리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그렇고, 중국도 마찬가지고 여러 나라가 중거리 미사일과 크루즈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 조약에 얽매인 유일한 나라가 미국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