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자의 눈] ‘나랏돈은 눈먼 돈’ 방지법 만들어야

정치부 임지훈기자




‘나이트클럽 술값, 골프장 이용료, 성형외과 진료비….’

경기도 한 장기요양기관의 최근 운영비 지출 내역 중 일부다. 하나같이 ‘요양’을 위해 썼다고 보기는 어려운 항목이다. 돈의 출처는 80%는 건강보험 가입자가 낸 준조세 성격의 장기요양보험료고 나머지 20%는 이용자가 지급한 본인부담금이다. 결국 전액이 국민의 지갑에서 나온 돈이다. 사립 유치원의 회계비리도 기관책임자가 ‘혈세’를 제멋대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민간 요양원 백태와 궤를 같이한다.


이 지경이 된 데는 비리를 저지른 유치원과 요양원 원장의 잘못도 있지만 세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 탓도 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8년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처음으로 시행할 당시 요양원을 확충하기 위해 일정 시설과 인력만 갖추면 누구나 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의 책무를 민간에 떠넘긴 것으로 보이지만 백번 양보해 요양원 수급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랬다 치자. 그랬다면 더 철저히 관리·감독을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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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복지부는 한해 5조원가량이 투입되는 요양원의 부정수급, 각종 회계비리 등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일시적인 대처로 일관했다. 교육부는 연간 약 2조원을 사립유치원에 지원하고도 국가 회계 시스템조차 적용하지 못했다. 이번 요양원과 유치원 사태는 정부의 허술한 관리·감독 하에 곪을 대로 곪은 것이 터진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일은 아니다.

늦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법’이라는 칼을 빼 든 데 대해 딴지를 걸고 싶지는 않다. 다만 거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그러면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제2·제3의 비리 유치원·요양원이 나타날 수 있다. 이참에 지원금이냐, 보조금이냐 하는 ‘말장난’ 등으로 사법당국과 비리 연루자가 건건이 횡령죄 처벌 및 환수를 놓고 다투게 내버려 둘 게 아니라 단 한 푼이라도 엉뚱하게 쓰인 혈세는 몇 배수로 환수하고 책임자는 엄벌에 처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 /jhlim@sedaily.com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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