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반(反) 트럼프 인사에 연쇄 폭발물 소포··‘트럼프가 갈라놓은 대륙:아메리카’

11월 6일 중간선거 앞두고 발칵 뒤집힌 미국

폭발물 소포, 트럼프 정적 10명에 잇따라 배달

명품 배우, 로버트 드니로, 바이든 전 부통령 등 포함

"그의 폭력적 언어가 테러 시도라는 결과 낳아" 비판 쇄도

공화당 소속 주지사 "트럼프가 불안정한 사람들 선동" 비판

힐러리 "깊은 분열의 시대..통합 위해 모든지 해야"

전문가 "트럼프의 게임은 전 세계를 상대로한 제로섬 게임"

폭발물 소포의 대상이 된 미국 주요 인사들. 로버트 드니로, 데비 워서먼 슐츠 하원의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조지 소로스 소로스 퀀텀펀드 창업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위 왼쪽부터)와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 맥신 워터스 하원의원, 바이든 부통령,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아래 왼쪽부터).  /AFP연합뉴스폭발물 소포의 대상이 된 미국 주요 인사들. 로버트 드니로, 데비 워서먼 슐츠 하원의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조지 소로스 소로스 퀀텀펀드 창업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위 왼쪽부터)와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 맥신 워터스 하원의원, 바이든 부통령,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아래 왼쪽부터). /AFP연합뉴스



오는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폭발물 소포’ 배달 사건을 둘러싼 비판의 화살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쏠리고 있다. 폭발물 소포 수신자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소위 ‘적’으로 분류해온 반대진영의 유력 인사와 언론이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미 언론들은 폭발물 소포 배달사건의 범행 대상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앞으로 보내진 소포 안에 파이프 폭탄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아들 사망 사고로 2016년 대선 출마를 접었던 바이든 부통령은 2020년 대선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대항마로 나서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영화 ‘대부2’, ‘인턴’ 등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드니로의 뉴욕 사무실에도 같은 형태의 폭발물 소포가 배달됐다. 드니로는 지난 6월 TV 생방송으로 중계된 토니상 시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Fxxx 트럼프’라고 욕설을 하기도 했다.

할리우드 명품배우 로버트 드니로/로이터연합뉴스할리우드 명품배우 로버트 드니로/로이터연합뉴스


AP통신 등은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배달된 폭발물 소포가 2건이라고 보도해 지금까지 경찰을 비롯한 당국에서 확인된 폭발물 소포는 총 10건으로 늘어났다.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보내려던 2건의 폭발물 소포는 그가 거주하는 델라웨어 주의 우체국 시설 2곳에서 각각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확인된 폭발물 소포 수신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바이든 부통령,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창업자, 맥신 워터스 하원의원, 로버트 드니로 등 8명이다. 이들 가운데 워터스 의원에게는 2건의 폭발물 소포 배달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백악관 소속 비밀경호국(SS)을 비롯한 수사 당국의 사전 차단 등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브레넌 전 CIA 국장을 겨냥한 소포가 뉴욕 맨해튼 타임워너 빌딩에 있는 CNN 지국에 배달돼 대피 소동을 낳는 등 이번 사건은 중간선거를 열흘여 앞둔 미국을 발칵 뒤집었다.



25일(현지시간) 폭발물 소포가 배달된 미국 뉴욕시의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의 사무실 앞에서 경찰들과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25일(현지시간) 폭발물 소포가 배달된 미국 뉴욕시의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의 사무실 앞에서 경찰들과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지난 22일 억만장자인 조지 소로스의 뉴욕 자택 우편함에서 수상한 소포 하나가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누군가 그를 협박하기 위한 단발성 사건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3∼24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뉴욕 자택,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워싱턴 자택, 방송사 CNN의 뉴욕지국에서 비슷한 폭발물 소포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파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수신자로 명시된 이들은 모두 과거 오바마 정권에 몸담았거나 민주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력 인사, 또 평소 트럼프 대통령이 각종 유세에서 ‘공격 대상’으로 삼았던 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다. CNN은 “(폭발물 소포의) 수신자 모두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으며 이는 그들이 우파의 단골 비방 대상이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선동적 수사들 사이에서 트럼프 발언의 표적이 폭발물의 표적이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분열과 불필요한 폭력, 여성 혐오 등의 언사를 끊임없이 뱉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결국 정적에 대한 테러 시도라는 불씨로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폭발물 소포의 직접적 타깃이 됐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의 한 후보자 모금 행사에서 “참으로 우려가 되는 시절이다. 그렇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깊은 분열의 시대이다. 미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걱정된다. 우리는 이 나라를 통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이를 위해 노력하는 후보자들을 뽑아야 한다”며 통합 대 분열의 구도를 부각, 민주당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같은 날 척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 역시 평소 비방과 폭언을 쏟아내며 폭력에 관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을 문제 삼았다. 슈머 대표와 펠로시 대표는 공동성명을 통해 “몇 번이고 계속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물리적인 폭력을 눈감아줬고, 말과 행동으로 미국인을 분열시켰다”며 화합을 호소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공허한 울림”이라고 비판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AFP연합뉴스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같은 공화당 내부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25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인 존 케이식 미국 오하이오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그는 통합자(unifier)가 될 수 없다”고 돌직구를 던졌다. 케이식 주지사는 이날 미 CNN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인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하는지 모르며, 항상 비난할 대상을 찾는다”고 강조했다. 케이식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사람들을 자극하면 어떻게 되느냐. 불안정한 누군가는 미친 짓을 한다. 그것이 우리가 여기서 보고 있는 것”이라며 “불안정한 사람들이 어리석은 짓을 할까 봐 걱정스럽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불안정한 사람들이 위험한 행동을 하도록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사건 직후 열린 백악관 행사에서 “미국에서 정치적인 폭력 행위나 위협이 발붙일 곳은 없다”면서 “지금은 모두 단결해야 한다”고 통합을 촉구했지만, 그날 저녁에는 저녁 위스콘신주(州)에서 한 중간선거 지원유세에서 사건 책임과 관련해 ‘언론 탓’을 한 데 이어 트위터를 통해서도 “우리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보는 분노의 매우 큰 부분은 내가 가짜뉴스라고 칭하는, 주류 언론들이 일부러 잘못 쓰거나 부정확하게 쓴 보도로 인해 초래된다”며 “너무 나쁘고 혐오스러워서 이루 말할 수 없다. 주류 언론은 그런 행동을 고쳐야 한다. 지체 없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의 분열이 일부러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언론을 통해 양산됐다는 주장이다.

CNN 뉴욕지국에 배달된 소포 속 폭발물/AP연합뉴스CNN 뉴욕지국에 배달된 소포 속 폭발물/AP연합뉴스


이에 대해 ‘폭발물 소포’ 사건의 표적 인사 중 한 명인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탓’에 “남 탓은 그만하고 거울을 들여다 보라”라고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브레넌 전 국장은 트위터 계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해 “당신의 선동적인 언변과 모욕, 거짓말, 물리적인 폭력 장려는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행동을 깨끗이 하고 대통령처럼 행동하라”고 비판했다. 브레넌 전 국장은 “미국민은 훨씬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며 “당신에 대한 비판자들이 겁먹고 침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분열의 언사를 통해 남을 지배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미국 사회에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트럼프 대통령을 유명인사로 만든 베스트셀러 ‘거래의 기술’의 공저자인 토니 슈워처는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블랙홀 수준의 낮은 자존감, 사실을 완전히 무시하는 자기 정당화,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려는 충동으로 점철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며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트럼프가 살아남으려면 세상과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제로섬 게임이었다. 지배하든지 굴복하든지 둘 중 하나였다. 공포를 조장하고 이용하든지, 아니면 공포에 무너지든지”라고 말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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