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은 한국이나 일본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게임사입니다. 비교적 영향력이 약했던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지식재산권(IP) 기반 게임을 2년 안에 내놓으려고 합니다.”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는 지난달 25일 일본 도쿄 롯폰기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 같은 사업 계획을 밝혔다. 마호니 대표가 올해 일본 현지 본사에서 한국 언론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스포츠 게임 개발사로 잘 알려진 일렉트로닉아츠(EA)에서 수석 부사장까지 지낸 마호니 대표는 2010년 넥슨에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처음 합류했다. 이후 2014년 일본 본사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라 4년 6개월째 넥슨을 이끌고 있다. 도쿄에 위치한 넥슨은 한국 법인 ‘넥슨코리아’와 북미 지역 ‘넥슨 아메리카’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넥슨 각 계열사의 최종 경영 결정권을 마호니 대표가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두 가지 열쇳말을 강조했다. 바로 ‘글로벌’과 ‘IP’다.
넥슨은 지난해 2조2,98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이 중 한국 외 해외 지역(190개국 90개 작품)에서 발생한 것은 전체의 66%(1조5,110억원)를 차지했다. 이는 넥슨이 1994년 설립된 뒤 가장 뛰어난 성적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반기 기준으로 해외 지역 매출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게임업계에서는 넥슨의 올해 총 해외 매출액 비중이 7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지역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다는 점이 넥슨이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해 기준으로 자사 대표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중심으로 한 중국 매출액 비중은 49.11%로 절반에 육박한다. 북미와 유럽 등 기타 지역 매출액 비중은 9.34%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는 북미와 유럽 시장 개척을 위해 그곳에서 통할 수 있는 형태의 IP를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발굴해 경쟁과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온라인 게임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마호니 대표는 “이번에는 서구 시장 특유의 IP에 한국 특유의 온라인 서비스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차별화한 게임으로 현지 시장에 도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넥슨은 이미 지난달 4일 출시돼 8일 만에 북미·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100만명의 가입자를 모은 ‘메이플스토리2’에도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마호니 대표는 활발한 인수합병(M&A)과 투자를 통해 성장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넥슨은 국내 게임사 중에서도 M&A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곳이다. 넥슨의 대표작으로 성장한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은 지난 2008년 인수했고 이후 총싸움 게임(FPS) ‘서든어택’을 만든 게임하이(현 넥슨지티)도 2010년 계열사로 합류시켰다.
넥슨이 2011년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1부)에 상장한 뒤에는 자본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미국 게임 개발사 보스 키 프로덕션(2014년)에 투자하고 빅휴즈게임즈(2016년)를 인수했다. 지난해 11월에도 북미 지역에서 대화형 게임 시장을 처음 개척한 픽셀베리스튜디오를 사들였다.
마호니 대표는 “게임 회사는 사람을 빼면 정말 아무것도 없다고 보기 때문에 M&A나 투자에 앞서 해당 기업 임직원들이 새로운 시각과 접근 방식을 가졌는지부터 살핀다”면서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임사와 함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넥슨 내부적으로는 2019년을 가장 중요한 사업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초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의 모바일 버전인 ‘바람의 나라 : 연’과 또 다른 넥슨의 대표 IP인 ‘마비노기’를 활용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를 각각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마호니 대표는 “매년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없지만 특히 2019년은 많은 대형 신작이 출시하는 시기여서 집중하고 있다”면서 “약간의 실패가 있더라도 새로운 실험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