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양날의 검' 유통규제]"주말 대목 보고 입점했는데...복합몰 의무휴업땐 장사 접을 판"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규제 눈앞...본지 점주 106명 설문

입점 상인 80%가 영세자영업자

매출 20%, 일요일 영업서 나와

"정치논리 밀려 하소연도 못해"

유통법 개정에 역차별 우려 고조

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에 몰린 인파. /사진제공=신세계프라퍼티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에 몰린 인파. /사진제공=신세계프라퍼티






“주말 장사를 보고 쇼핑몰에 입점한 우리도 퇴직금 들고 뛰어든 영세 자영업자인데 정치 논리로 우리가 날벼락을 맞게 됐습니다.” “20% 이상 매출이 감소되면 폐업도 고려하겠습니다.”

복합쇼핑몰 의무휴업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심의를 앞두고 복합쇼핑몰 입주 상인들의 분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복합쇼핑몰 점포 70~80%를 자영업자가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전체 매출의 20% 가량이 일요일 영업에서 나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로써 주말 영업을 포기하는 것은 골목상권에 또 다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 4일 서울경제신문이 신세계 스타필드, 롯데몰 등 대표적인 복합쇼핑몰 점주 1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결과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복합쇼핑몰 주말 나들이 장소로 판단해 입점 고려했는데…날벼락”=설문조사 응답자의 90%는 ‘주말 집객효과가 복합쇼핑몰 입점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답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푸드코트를 비롯해 다양한 패션·리빙·아웃도어 등 브랜드 점포가 즐비하고, 폭염·한파 등 외부 기상조건과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극장·VR체험·스포츠 액티비티 등 다양한 놀이시설을 갖춘 복합쇼핑몰이 이미 주말 나들이장소로 자리매김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지난봄 미세먼지 파동 때나 여름 폭염 속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에 인파가 몰리며 매출을 20~30% 끌어올리기도 했다.

◇매출 20% 감소 땐 폐업도 고려…당장 알바 채용도 포기=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상인들 대부분이 ‘주말 장사’를 기대했던 만큼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자의 95%는 매출 감소를 예상했으며 10~20% 감소를 예상한 이가 48명으로 가장 많았다. 또 20% 넘게 줄어들 것으로 보는 응답도 21명을 차지했다.

2회 휴일 의무휴업으로 매출이 20% 가량 감소하면 ‘폐업도 고려’하겠다는 답변이 64%에 달했다. 다시 말해 복합몰에 입점하며 늘어난 수수료 부담만큼 수익이 나지 않으리라고 본다는 분석이다.


그간 유통업계에서는 △대형유통시설-전통시장 수요 자체가 달라 서로 영향이 적다 △복합몰 점주 70~80%도 자영업자인 만큼 ‘역차별’ △규모·업태 등 유통채널 정의 불분명 △국내 대기업 중심 규제는 외국계 대비 ‘역차별’ 등의 이유로 반대해왔다.

관련기사



그럼에도 그간 정치권은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에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복합쇼핑몰 입점 응답자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설문에 응답한 한 자영업자는 “개정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 중 하나였을 뿐만 아니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기국회 10대 우선 입법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해왔던 안건이라는 점이 너무 가슴 아프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정치적 논리로 복합쇼핑몰에 규제를 들이 대는 바람에 힘 없는 영세사업자만 타격을 입게 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복합쇼핑몰 입점 상인 70% “골목상권과 형평성 문제”=응답자의 70.75는 골목상권 자영업자와 비교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 응답자는 “쇼핑몰에 입점하면서 비용을 더 내고 들어왔다가 골목상권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된서리를 맞는 셈”이라며 “법적으로도 역차별 소지가 큰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통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도 84%가 반대를 표명했다. 이유로는 복합쇼핑몰 입점 상인에 대한 역차별 소지가 51.6%로 가장 많았다. 입점 상인 중 약 80% 가량이 자영업자임을 간과한 법안이라는 것이다. 또 골목상권과 복합쇼핑몰의 타깃 수요층이 달라서 서로 영향이 없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26.3%나 차지했다.

◇경기 부진에 팍팍해진 살림살이…갈수록 매출 감소로 고통=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의 고충도 파악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고착화한 전반적 경기 침체의 기운을 이들 상인도 피할 수는 없었다.

현재 운영 중인 점포의 월 매출이 증가 추세에 있는지를 묻는 설문에 응한 상인 중 절반을 살짝 웃도는 52.8%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 중 ‘아니다’라고 답한 비율이 49%로 절반에 육박했고, ‘매우 아니다’라고 답한 이도 3.7%를 나타냈다. 매출이 증가세라는 응답은 29.2%에 그쳤다. 자세한 매출 감소폭을 묻자 10% 줄었다는 응답이 20명(33.9%)로 가장 많았고 5%이하(23.7%), 15%(18.6%)가 뒤를 이었다.

이들은 임대료·원재료비·인건비 등 제반 비용을 빼고 손에 쥐는 순이익도 감소세라고 다수가 응답했다. 월 순수익이 증가했느냐는 질문에 각각 응답자의 52.8%, 11.3%가 각각 ‘아니다’, ‘매우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절반 가까운 42.4%는 월 순이익이 500만원에 못 미치는 상대적으로 영세한 상인들이다. 이들의 팍팍해진 살림살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 이처럼 매출·순이익 등 실적이 떨어진 데 가장 영향을 미친 요소는 무엇이었을까. 응답자 가운데 67.6%가 ‘전반적 경기침체’를 꼽았다. 지난해와 올해 연거푸 두 자리 수 인상률을 기록한 최저임금을 답한 이는 전체의 24%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해 온 데 비하면 영향이 많지는 않았던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재유·박준호기자 0301@sedaily.com

박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