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이 빗나가는 예측에 자신감이라도 잃은 것일까. 최근 몇몇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지수가 1,900에서 2,400 사이가 될 것’이라는 다소 헐거운(?) 전망을 내놨다. 증시를 주저앉게 만든 ‘폭풍우’는 일단 지나갔지만 미중 무역분쟁의 여진(餘震)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한미 금리역전 차 확대 등 악재가 여전해 방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를 본 투자자들은 ‘내일 비가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다고 일기예보를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이 정도 예측은 비전문가인 나도 하겠다’는 댓글로 냉소를 보냈다. 하나 마나 한 전망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유례없는 폭락장은 전문가들도 새가슴으로 만든 모양이다.
자신감 저하는 최근 매매 동향에서도 눈에 띈다. 급락 초기였던 지난달 24일부터 5일 연속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2조원 넘게 사들이던 기관투자가들은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자 같은 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곧바로 1조4,000억원가량을 팔아치우며 태세를 전환했다. 지수가 소폭이나마 회복의 낌새를 나타내자마자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에서도 이달 들어 하루에만 1,000억원대 매물을 내놓고 있다. 특히 금융투자사가 이달 들어 1조4,000억원 이상(코스피+코스닥)을 순매도하며 하락장세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그나마 투신권과 연기금, 은행이 소폭이나마 순매수를 하는 정도다. 증권사들이 추가 급락을 예상하기 어려우니 조금이라도 수익을 내기 위해 단타족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럴 거면 무엇하러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사장단을 긴급 소집해 ‘수급을 개선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조치들을 찾겠다’고 강조했는지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위기 해소가 아니라 ‘팔자’에 앞장선 꼴이기 때문이다. ‘증시위기 때 분석능력과 자금 여력이 있는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금융당국의 당부는 결국 공허한 메아리였다. 특히 연기금의 국내 주식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금융투자업계의 주장은 ‘유체이탈 화법’이었다. 기관의 양치기 소년 같은 태도에 실망한 개인투자자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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