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시간이 이렇게 늦었는데 여기까지….”
11일 밤 10시가 갓 넘은 시간, 세번째 시도만에 만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푸른색 셔츠와 양복바지를 입고 있었다(토요일이었던 10일 오전과 밤, 홍 후보자는 가족·지인들과 시간을 보냈다). 그는 아침 출근할 때 입었던 옷 그대로였다.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예금보험공사에서 자택인 경기도 의왕시까지는 못해도 차로 한 시간여. 피곤할 시간이었지만 그는 집에서도 옷을 갈아입지 않은 채 업무파악을 하고 있었다.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지 사흘째, 후보자로 첫 출근한 소감을 묻자 “오늘은 앞으로 해야 할 업무의 전반적인 것들을 구상했고 이제 실국에서 구체적인 업무 보고를 받을 것”이라며 “3주 동안 청문회 준비를 열심히 하고 직책을 수행한다면 어떤 것을 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홍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 진행상황을 들었다. 12일부터 경기동향과 일자리, 규제개혁을 담당하는 차관보와 환율을 다루는 국제차관보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업무보고를 받는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다음달 3~5일 개최될 전망이다.
먼저 홍 후보자에게 가장 시급한 현안이 뭔지를 물었다. 그는 대뜸 “규제혁신 중에 큰 주제들을 풀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강압적으로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다고 못 박았다.
홍 후보자는 “(카풀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는) 택시업계라든가 이 분들이 쉽게 동의해주고 사회적 합의가 돼야 한다”며 “공유경제가 조금 진전이 있다가도 막히고 그래서 억지로는 안 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밀어붙이기식 규제개혁보다는 대화와 소통을 통한 해법을 찾겠다는 뜻이다.
그는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가장 시급한 게 사회적 합의”라고 설명했다. 앞서 홍 후보자는 정부와 노동계·경영계가 참여하는 ‘사회적 빅딜’을 내세웠다. 청와대와의 소통이나 노동개혁·규제개혁 시 이해 관계자가 참여하는 틀을 만든 뒤 이곳에서 치열한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규제개혁을 반대하는 이들과의 만남은 더 늘린다. 그는 “관련자들을 많이 만나서 이해관계를 해소해야 한다”며 “그 분들도 너무 이익을 침해 받는다고 생각하면 안 되니까 그런 부분의 연구를 좀더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닦아 놓은 혁신성장의 길은 이어간다. 홍 후보자는 “진전이 좀 더뎠을 뿐이지 경제팀이 규제개혁에 애착을 갖고 했다”고 평가했다.
꼼꼼하면서도 사려 깊은 모습도 보였다. 그는 “예보로 일찍 출근을 해 본격적인 업무보고를 받아야 한다”면서도 “얼굴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행사준비 때 5분 단위 계획과 함께 거리보기(로드뷰) 서비스로 동선까지 파악한다는 홍 후보자의 성향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홍 후보자는 국회 예산심사 일정을 감안해 업무보고도 서면으로 최소화하고 궁금한 점 위주로 대면 보고를 받기로 했다.
12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홍 후보자는 일자리와 경제성장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규제개혁에 이어 일자리, 경제성장 순으로 정책구상을 넓혀가는 셈이다. 그는 “고용 상황을 엄중하게 생각한다”며 “통계의 향방이 앞으로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굉장히 중요한 사안인 것 같아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민생경제 회복 방안으로는 “청문회 준비 기간에 (민생경제 회복 방안을) 많이 구상해 보려 한다”며 “정부가 할 수 있는 것, 추가로 할 것을 잘 고민해보고 정책 구상을 잘 다듬어가겠다”고 설명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이하일 것이라는 종전 발언에는 “잠재성장률이 안정적으로 가게 하는 것이 큰 과제가 아닌가 싶다”며 “여력을 동원해서 잠재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리는 토대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정순구·빈난새·한재영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