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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가치투자, 기회인가?

김창연 신영증권 자산운용부장

김창연 신영증권 자산운용부장김창연 신영증권 자산운용부장



가치투자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나 일반적으로 시장에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익성장률·매출성장률 등을 기준으로 가치주로 분류되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가치투자라 한다. 국내외적으로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주요 펀드나 인덱스의 전반적인 성과를 살펴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은 시장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에 불과하며 특히 지난 3년간은 기대에 못 미친다.

가치투자는 주식시장이 호황일 때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시장의 모멘텀이 약할 때 두각을 나타내기 마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주식시장 흐름은 가치투자에 있어 다소 불리했다.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투자자들은 위험에 둔감해졌다.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거나 아예 매출이 거의 없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가능성만 있다고 판단되면 투자자들이 몰리며 소위 유니콘이라 불리는 비상장 기업들이 연일 탄생했다.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으로 대표되는 소수의 기술주가 증시를 이끌며 그 시가총액의 합계가 일본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로 증가했다. 기술주에 대한 고평가 논란은 실적 모멘텀과 미래기술(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에 대한 낙관론이 잠재웠다.


올해 들어서면서부터 미중 무역전쟁 등의 이슈로 가려져 있기는 하나 상황이 가치투자에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함에 따라 위험회피 경향이 되살아나고 있으며 기술주의 실적 개선이 뚜렷한 둔화를 보이며 투자자들은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황이 변한다고 가치투자가 다시 빛을 볼 수 있을까. 오늘날의 재무제표는 브랜드, R&D 투자, 기술력 또는 노하우와 같이 실재하지만 계량화하기 어려운 자산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려는 목적으로 낮은 주가순이익비율(PER) 또는 저PBR 주식을 선택하는 행위가 의도와는 다르게 브랜드가 없거나 가치가 낮은 기업, 현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래에 대한 R&D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 또는 기술력 내지는 노하우가 부족한 기업을 선택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재무제표에 의존하는 가치투자자일수록 토지와 건물·설비와 같이 유형의 자산이 브랜드와 같은 무형의 자산에 비해 그 가치가 더 신뢰할 수 있고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경제가 선진화될수록 무형의 자산이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미 중국발 공급과잉사태 등을 통해 차별화를 만들어내지 못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하락하고 결과적으로 자산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시대를 초월해 변함없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저평가 여부를 판단할 때 재무제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식의 가치투자가 계속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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