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2.2조 '孫' 잡은 쿠팡, 날아오를까

한국 e커머스 시장 성장성 고려

日 소프트뱅크 추가 투자 나서

쿠팡 물류 플랫폼 등 혁신 예고

"인수합병 후 직접진출"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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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20억 달러(약 2조 2,570억원)에 국내 e커머스 업계가 들썩였다. 이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비전펀드를 통해 쿠팡에 추가로 투자하기로 한 액수. 국내 정보기술(IT) 업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유치다. 이날 손 회장이 비전펀드를 통해 쿠팡에 20억 달러를 추가 투입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쿠팡은 이번 투자유치를 통해 안팎의 자본잠식 우려를 확실히 잠재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두둑해진 자금 사정을 바탕으로 더 공격적 행보가 예상되나 진정한 시험대에도 오르게 됐다.




◇소프트뱅크, 당장의 적자보다 성장 가능성 봤다=
투자 소식이 전해진 후 관련 업계의 관심사는 ‘손 회장과 소프트뱅크가 뭘 보고 쿠팡에 더 큰 투자를 결정했는가’였다. 쿠팡이 올해 매출 5조원을 예상할 정도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5년간 1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쌓은 탓에 의심의 시선이 쉬이 가시지 않는다. 지난해에만 6,38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그럼에도 이 같은 통 큰 투자를 결정한 건 당장 적자보다 앞으로 성장성을 더 높이 쳤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쿠팡의 기업가치를 약 90억달러(10조1,826억원)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첫 투자 당시 잡았던 기업가치 약 5조원의 두 배다. 실제로 매출이 4년 사이 14배 뛰며 외형을 키웠다. 쿠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소프트뱅크는 한국 시장과 쿠팡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한 것”이라며 “급성장하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으며 쿠팡을 확실한 1위 업체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손 회장의 투자 배경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한다. 쿠팡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손 회장이 쿠팡을 인수합병해 한국 e커머스 시장에 직접 진출할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소프트뱅크가 다음 달 기업공개(IPO)를 앞둔 것과 연결하는 이들도 있다. IPO 후엔 다른 주주들이 관여할 가능성이 있으니, 그 전에 지분을 비전펀드에 넘기고 투자도 결정했다는 식이다.




◇‘e커머스 너머’ 바라보는 쿠팡, 앞으로 진정한 시험대=
두둑한 자금을 확보한 쿠팡은 더 공격적 행보가 예상된다. 다만 투자를 받은 만큼 실적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앞으로가 진정한 시험대가 되리라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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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대표가 이번 투자유치 직후 “고객이 점점 더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 생각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한 발언이 앞으로 움직임의 실마리다. 데이터와 물류·결제 플랫폼 혁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회사 한 관계자는 “투자를 계기로, 그 동안 쌓은 기술력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e커머스를 넘어서는 서비스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며 “기술 투자가 핵심이다. IT 전문가 등 인력 채용, 새로운 서비스 개발, 기존 서비스 고도화 등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잠실 일부지역에서 이달 초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 식음료 사전주문 서비스 ‘쿠팡이츠(가칭)’가 한 예다. 앱에서 고객이 음료와 음식 등을 미리 주문하고 결제하여 매장에서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신규 서비스의 확대에도 가속을 붙일 전망이다. 유료 회원제 서비스 ‘로켓와우’는 조만간 가입자 수 100만명을 기대하고 있으며 당일배송도 전국의 절반 수준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는 서울·인천 및 경기 일부지역으로 대상을 넓혔고 급속히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바라는 성과의 크기도 커질 수밖에 없다. 외형의 성장만큼 내실도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2015년 유치했던 투자금 10억달러가 소진되는데 만 3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매출은 뛰었지만 수익성은 좋아지지 않았고 적자 폭은 날로 커졌다. 이 기간 물류센터 문제와 배송인력인 ‘쿠팡맨’ 처우 문제 등 잡음도 적지 않았다.



◇소프트뱅크가 재차 인정한 e커머스 성장성, 앞으로 경쟁 주목=
이번 투자는 소프트뱅크가 재차 국내 e커머스 시장의 성장성을 확인한 결과라 앞으로 업계의 치열해질 경쟁도 관심사다.

신세계그룹은 사모펀드(PEF) 어퍼니티·BRV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이를 토대로 e커머스를 전담할 통합법인을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서 분할 후 합병한다. 오는 2023년까지 연 매출 1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미 2014년 쓱닷컴(SSG.COM)을 통해 그룹 온라인사업을 통합한 이후 지난해 온라인 매출이 2조원을 돌파했다. 롯데도 오는 2020년까지 온라인몰 사업부문을 하나로 합친 모바일 앱(App)을 내놓을 계획이며, 2022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목표로 한다. 11번가는 지난 6월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후 SK플래닛에서 분사까지 했다. 매년 진행하는 ‘십일절 페스티벌’ 결과 지난 11일에는 하루 거래액이 사상 최초로 1,000억원을 넘기기도 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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