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TV·방송

[SE★인터뷰] ‘내 뒤에 테리우스’ 정인선, 잘 자란 배우가 되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내 뒤에 테리우스’를 하는 매일 매일이 과제의 연속이었어요.”

매회 무서운 상승세를 그리며 올해 MBC 평일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달성한 ‘내 뒤에 테리우스’. 극중 여주인공 고애린 역으로 활약한 정인선은 작품을 마친 뒤에야 부담과 긴장의 연속이었던 지난날을 털어놨다. 드라마가 그랬듯, 유쾌하고 평화롭기만 할 줄 알았던 정인선의 5개월에는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치열했던 고민이 담겨있었다.


“고애린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경단녀였다. 그런 와중에 남편과의 불화, 남편의 죽음 후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도 보여줘야 했다. (아픈) 서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드라마 속에서 유쾌한 롤을 담당하고 지섭 오빠의 옆에서 간질간질한 그림도 만들어야 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내가 마음 놓고 연기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긴장을 정말 많이 했고 매일 매일 혼돈과 한계를 느끼며 촬영했다.”

정인선은 소지섭의 파트너로 캐스팅된 후 기대보다는 우려를 한 몸에 받았다.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차가운 시선에 섭섭할 법도 하지만, 정인선 역시 대중의 반응에 십분 공감했다고.

“나도 오빠 이름 옆에 내 이름이 있는 게 납득이 안 갔다. (웃음) 이걸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 압박감도 컸다. 하지만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고애린 캐릭터라서 지섭 오빠 옆에 서 있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함께 호흡을 맞춘 소지섭에 대해서는 감탄과 존경을 쏟아냈다. 연기적인 부분뿐 아니라 촬영장 밖에서까지 사람 대 사람으로 후배를 이끌어준 소지섭을 보며 정인선은 배우로서의 미래를 그리기도 했다.

“(소)지섭 오빠가 내가 그 자리에 있어도 되는 사람처럼 대해 주셨다. 본인 신념에만 따라서 행동하실 줄 알았는데 현장에서 굉장히 유연하신 분이시다. 내가 연기하는 데 있어 어떤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한지, 어떻게 잘 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해주시는 게 좋았다. 정말 티 안나고 세련되게 현장에서 배려를 해 주셨다.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멋진 모습을 봤다. 앞으로 오빠처럼만 연기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소지섭의 도움도 컸지만, 정인선은 감정의 변화가 컸던 고애린을 훌륭하게 그려내며 연기적으로도 호평받았다. 아역 이미지가 강했던 그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만큼은 흠잡을 곳 없는 성이 연기로 자신의 한계를 깼다.


“이번 작품에서 성인 연기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사실 나는 아직도 내가 잘했는지 모르겠다.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지만 스스로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다. ‘정인선이 아닌 고애린은 상상이 안 간다’는 댓글을 보고 ‘와 내가 이 소리를 듣다니’ 싶었다.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나를 믿어주는 주변 사람들조차 이런 반응은 상상 못 했을 거다. 이 이상 무슨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싶었다.”



다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해 어느덧 22년 차 배우가 된 정인선. 그가 잘 자란 배우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배우 정인선과 인간 정인선 사이에서 고민하던 흔들림의 시간이 있었다. 배우로서 성공을 고민하기 전 스스로의 모습을 먼저 갖추려 했던 똑똑한 생각이 지금의 정인선을 만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너는 공인이야. 행동 조심해야 돼’라는 말을 듣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데 못 하는 것, 하기 싫은데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짙고 무기력이 심해졌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해서 경험에 대한 질투, 열등감이 심했다. 그때는 늘 어둡고 외로웠다. 그래서 내 기호를 찾고자 공백기를 가졌고 그동안 여행, 영화감상, 사진촬영을 취미로 했다. 어머니가 ‘네 마음대로 쉴 수는 있지만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몰라’라고 하셨을 때도 상관없다고 했다. 그 이후부터 낙천적인 성격이 되고 주체성을 갖게 됐다. 그게 지금의 자리까지 온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이는 비단 정인선만의 고민이 아니다. 자의든 타의든 어린 시절부터 연기 생활을 해 온 아역배우라면 누구나 거칠 과정이다. 이에 정인선은 현장에서 후배 배우들을 만날 때마다 경험이 담긴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한다고.

“나는 어릴 때 연기를 잘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운 좋게도 ‘살인의 추억’, ‘매직키드 마수리’같은 좋은 작품에 참여하게 됐던 거라 연기적으로 조언을 해주기에는 부끄럽다. 다만 스스로의 마음 상태를 잘 챙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현장에서 아역 친구들을 만나거나 부모님들을 뵈면 스스로의 생각이 잘 설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한다.”

인간 정인선을 탄탄하게 세워둔 후에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조연부터 차근차근 밟아온 단계들은 어느덧 그를 주연 배우의 위치까지 올려놨고 이제는 배우로서 또 다른 고민을 마주하게 됐다. 틀에 갇히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정인선은 또 다시 달릴 준비를 한다.

“연기적으로 갇히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번에 고애린이라는 큰 역할을 맡으면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이미지가 굳혀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역할의 한계를 만난다는 게 이렇게 시작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이전까지는 정말 닥치는 대로 열심히 했다면 지금부터는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준비해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김다운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