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이끄는 ‘4세대 LG’가 더욱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출신·나이·성별 따위를 고려하지 않으며 ‘인재 풀’을 크게 넓힌 것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이 오직 미래 준비에만 몰두하고 있다”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재를 조기에 발굴 육성함으로써 미래 사업가를 키우고 최고경영자(CEO) 후보 풀을 넓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주문했다. 경륜 있는 부회장과 사장들을 연임시키며 조직에 안정감을 주는 한편 신임 상무들을 대거 발탁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번 인사의 총 승진자는 185명이지만 이 중 사장 승진자는 1명뿐이고 부사장 및 전무 승진 숫자는 50명으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상무 승진자는 134명에 달한다.
젊은 내외부 인재들의 ‘융합’도 강조했다. 그룹 내 능력 있는 인재에게 과감하게 주요 보직을 맡기는 한편 외부 인재 영입으로 충격 요법을 시도했다. 1979년생인 송시용 LG전자(066570) 책임은 제조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조역량강화담당 상무에 선임됐다. 송인혁(1977년) LG디스플레이(034220) 모바일 회로설계2팀장 상무, 이호우(1976년) LG화학(051910) 상무, 배경훈(1976년) LG유플러스(032640) 상무 등도 40대 초반이다. 외부 영입 중에서는 김이경(1970년) ㈜LG 인사팀 인재육성담당 상무의 역할이 주목된다. 그는 글로벌 제약회사인 머크사(MSD)의 미국 및 해외법인에서 약 12년간 근무한 인사 전문가다. LG 최고경영자(CEO) 풀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인재로서의 역량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이나 후년 고위 임원 인사에서 더욱 큰 폭의 세대교체가 가능해 보인다”면서 “40세인 구광모 회장과의 나이 차가 확 좁혀져 조직이 훨씬 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인재 중심의 인사도 재차 확인됐다. 전체 승진자의 약 60%가 이공계 출신의 엔지니어다. 선행 기술 연구 및 신제품 개발 부문의 성과에 대해 확실한 보상을 해줬다는 평가다. LG전자의 경우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에서 부사장·전무·상무 승진이 잇따랐다. LG디스플레이에서는 미래 성장 동력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임직원이 두각을 나타냈다.
그룹 내 여성 임원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4년 14명이었던 LG그룹 내 여성 임원은 이번 인사를 통해 29명으로 확대됐다. 인사 전문가로 알려진 이은정 LG전자 임원인사팀장을 비롯해 전경혜 LG유플러스 CVM추진담당, 안정현 LG화학 기초소재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정혜윤 LG유플러스 홈·미디어마케팅담당, 문선화 LG생활건강(051900) M&A·IR부문장 등 7명이 상무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