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車산업 위기, 노조 양보 없이 극복 어렵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세계 車 수요감소 두드러져

인력 축소·미래기술 개발 사활

국내선 해마다 인건비만 올라

'감량' 실패 땐 노사공멸 자초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자동차산업이 또다시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협력업체 수의 증가 여파로 지난 1년간 1만여명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현대차 계열 부품사를 제외한 외부감사 대상 부품업체 92개사 중 평균 임금이 상승한 기업 수는 62개사에 달했다. 이들 기업의 상당수는 노조가 활동 중이다.


주지하다시피 자동차산업은 상대적 고임금 업종이다. 주요국이 자동차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것은 산업연관 효과도 크지만 고임금 고용창출 효과도 커 중산층 형성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임금은 1987년의 경제민주화 이후 치솟았다. 외환위기 이후 현대·기아차는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고착화되자 저비용 국가에 해외공장을 건설해나갔다. 현대차의 국내 신규공장 건설은 1996년 아산공장이 마지막이었고 기아차는 2012년 광주공장 증설이 마지막 투자였다. 그 결과 현대·기아차는 국내에 338만대, 해외에 580만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됐지만 지난해 판매는 730만대에 그쳤다. 공장 가동률로 볼 때 손익분기점에 임박해 있다. 우리 자동차산업은 금융위기 전까지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출에 의존해 성장해왔다. 현대차의 자동차 1대를 제조하는 데 소요되는 인건비가 2007년 미국 GM의 38.6%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GM이 전미자동차노조(UAW)와의 대타협을 통해 평균 임금을 떨어뜨렸지만 한국 내 생산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현대차의 대당 인건비는 800만대 판매의 위업을 달성한 2014년에 GM의 103.3%, 지난해에는 110.4%로 높아졌다. 이러한 원가 상승은 자동차 업체들로 하여금 자동화 투자를 촉진시켜 일자리를 몰아내게 만들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근로자 1만명당 로봇 보급률은 2016년 세계 최고 수준인 2,145대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과 일본의 1.7배이자 독일의 1.9배에 달하는 수치다.

관련기사



최근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유연성을 넘어 민첩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사가 대타협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3·4분기에 11%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GM은 선제적인 구조조정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목표치에 미달하자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축소 조정하고 있는 GM은 생존을 위해 미숙련 인력을 줄여 기술기업으로 전환하고, 비용을 절감해 미래차 개발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산업은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서 노사갈등의 골이 또다시 깊어지고 있다. 자동차 노조가 위기감이 고조되자 외환위기 당시의 대규모 감원과 쌍용차 사태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다. 세계 자동차 수요가 10년 만에 꺾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 자동차산업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이후 또 다른 위기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봄 일본의 자동차 전문지인 포린(Fourin)은 현대·기아차에 대해 선행 연구개발 투자의 부진과 강성노조 등으로 인해 오는 2025년에 파산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지난여름을 기점으로 과거 1년간 선진국 자동차 업체들이 미래차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금액만도 1,570억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우리 자동차산업의 미래차 경쟁력은 후진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 노조는 변화를 수용하면서 고용의 경직성 해결을 위한 대화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자동차산업은 선제적인 구조조정은커녕 일본 자동차 업계가 바라는 노사 공멸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노조의 양보와 정부의 사회적 안전망 강화를 바탕으로 우리 자동차 업계가 감량경영과 혁신기반을 강화하지 못하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기업이 존재해야만 노조도 존재할 수 있다는 GM 파산의 교훈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