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시그널] '하버드대 VS 조지타운대' IB업계 주류는

김병주 회장·한상원 대표 등

하버드 출신 IB 1세대 주축 속

윤종하 부회장·허용수 대표 등

조지타운대 동문 신주류 부상

인맥 탄탄·선진국 투자기법 익숙

증권사·사모펀드 해외파 선호




투자은행(IB) 업계는 자본시장에서 속칭 피와 살이 튀는 전쟁터로 비유된다. 수조 원대 자금이 기업 인수합병(M&A)에 동원되고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정보와 보안유지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척박했던 국내 IB 시장이 대형화되고 금융업계에서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분야가 되기까지는 외국계 대학 출신 IB맨의 활약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국내 IB 업계를 주름잡는 외국계 학맥(學脈)의 양대 산맥은 하버드대와 조지타운대다. IB나 사모펀드(PEF)뿐만 아니라 재계 유력 인사들도 하버드에서 수학하며 실제 경영 사례를 배우고 교수로 나서 글로벌 투자업계 관계자들과 인적 교류를 맺는다. 최근에는 정치외교학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조지타운대 출신도 IB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나 사모펀드도 해외파를 선호한다”면서 “청소년기부터 미국 내 주류사회 경험이 있는 인재들의 인맥이 남다른데다 선진국의 투자기법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IB의 1세대를 형성한 주축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들이다. 아시아 상위권 PEF운용사를 이끄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 임유철 H&Q코리아 대표, 송상현 KTB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가 모두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김 회장은 부모님의 권유로 10살에 혼자 미국으로 건너가 중·고·대학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하버포드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첫 직장으로 골드만삭스에서 2년간 일하다 하버드에서 경영대학원 과정을 밟았다. 그가 MBK를 설립하기 전에 다닌 골드만삭스와 칼라일은 하버드 출신 선배들이 대거 포진한 곳이었다. 김 회장은 당시 칼라일에 최고의 수익률을 안겨준 한미은행 인수로 아시아 담당 부회장까지 승승장구했다. MBK를 세운 이후에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몇 차례 매각 시도가 불발됐지만 기업공개(IPO)를 거쳐 매각을 성사시킨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과 코웨이 등 PEF업계의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었다. 올해 MBK 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은 20%를 넘는다.



한상원 대표가 이끄는 한앤컴퍼니는 시멘트·해운·자동차 부품 등 굴뚝 산업을 중심으로 업계의 허를 찌르는 투자를 이뤄낸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해외 대기업까지 투자 대상에 포함 시키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2014년 인수한 자동차 부품사 한온시스템을 키우기 위해 세계 3위인 마그나인터내셔널의 유압과 제어사업부문을 약 1조 4,000억원에 사들였다. 외국계IB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과 인재를 확보했고 전장제품 경쟁력도 키울 수 있다”면서 “국내 PEF 업계에 이정표가 되는 딜”이라고 호평했다.

최근 들어 신주류로 떠오른 곳 중 하나는 조지타운대 출신이다. 한국인 동문은 월 1회 오찬 모임을 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임의 좌장은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GS가(家)의 3세인 허용수 GS에너지 대표다. 윤 부회장은 외교관인 부친을 따라 초중고를 해외에서 나왔으며 조지타운대 인문학부를 졸업했다. 이후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정책학 석사,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다. 윤 부회장은 MBK를 ‘단기투자하는 외국계 자본’으로 치부하는 금융계 안팎의 시선에 대해 국내 어떤 금융사보다 해외에서 명성이 높은 PEF 운용사라는 자부심을 숨기지 않는다. 윤 부회장은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MBK 연차총회에 조지타운대 교수인 빅터 차 미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 석좌를 초청해 끈끈한 동문 사랑을 과시했다. 허용수 GS에너지 대표는 차기 GS 회장으로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인물이다. GS그룹에 입사하기 전에는 글로벌 IB인 크레디트 스위스에 다니면서 국제적인 감각을 익혔다.

윤 부회장과 허 대표가 이끄는 조지타운대 동문 모임은 주로 외교가나 법조계, 정가 출신이 유독 많다. 조지타운대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배출하는 등 정치학과와 외교학부로 유명한데 외교부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많이 머물렀기 때문이다. IB를 포함한 경제계에서는 김용환 맥쿼리코리아 운용 대표, 노종혁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상무, 정륜 GE코리아 상무가 있다. 조지타운대 출신의 한 인사는 “정치, 외교학과가 강한 학교라 그런지 미국이나 한국이나 동문 간 인적 네트워크가 끈끈하게 이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임세원·박호현기자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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