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골프 열정과 행복 모두 얻을래요.”
‘골프여제’ 박인비(30·KB금융그룹)는 지난해 동기부여 부분에 대해 고민했다. 그랜드슬램에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내자 이룰 건 다 이뤄 목표의식이 흐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 초반 우승을 차지하는 등 안정감 넘치는 모습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 군단의 중심을 잡았다. 4일 경기 고양의 메르세데스벤츠 일산전시장에서 열린 골프용품 후원사 던롭스포츠코리아 주최 고객 대상 이벤트에 참가한 박인비를 만났다. 그는 골프 노하우도 공개했다.
◇“내려놓으니 13년 만에 여유 생겼어요”=박인비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이룬 한 해였다”고 돌아봤다. 초반 파운더스컵 우승으로 시작이 좋았고 부상도 없었다. 지난 4월에는 2년 6개월 만에 세계랭킹 1위에도 다시 올라봤고 또 5월 두산 매치플레이에서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 첫 우승도 했다. 특히 코스 안팎에서의 균형 있는 삶을 이룬 점에서 만족감이 크다고 했다. “올해는 조바심을 버리고 대회를 상대적으로 덜 나가면서 골프 이외 삶에서 더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했다”는 그는 “그렇게 했더니 골프에 대한 열정이 더 생기고 생활이 즐거워졌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선수로서 최고의 성과를 거둔 것은 메이저 3승을 거머쥔 2013년이었지만 올해 느낀 행복은 그때와는 또 달랐다”면서 “대회 나가서 남의 눈 신경 안 쓰고 칠 수 있는 여유가 프로 13년 만에 처음 생겼다”고도 했다.
새로운 목표로는 경쟁력을 꼽았다. “내가 내린 명령을 내 몸이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며 “그런 능력만 유지하면 메이저 우승 등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 잘하는 후배·동료들이 많다는 것도 목표를 갖게 해주기 때문에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시즌 LPGA 투어 13개, 국내 4개 등 17개 대회에 출전했던 그는 내년에도 비슷한 수의 대회에 나가며 여유를 가질 생각이다. 2주 뒤 출국해 시즌 개막 때까지 미국에서 머물 계획인 그는 내년 1·2월 대회를 건너뛰고 3월 첫 주나 두 번째 주 대회부터 나설 예정이다.
◇“셋업 때 발바닥에 온 힘을 실으세요”=박인비는 아마추어 골퍼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기본 중에서도 셋업(준비자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페이스 정렬, 긴장 풀기, 척추 각 유지가 좋은 샷의 토대가 된다고 조언했다.
우선 클럽페이스를 타깃라인과 정확히 직각으로 정렬하기 위해서는 양손의 위치가 클럽헤드보다 약간 앞서는 핸드퍼스트 자세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양손이 몸의 가운데에 오면 어드레스 상태에서 페이스가 열려 보이기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기 쉽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박인비는 또 볼을 때려야 한다는 마음에 몸이 경직돼서는 ‘굿 샷’을 날리기 어렵다고 했다. 경직을 막는 비결로 ‘발바닥 이론’을 귀띔했다. 박인비는 “모든 체중과 몸의 힘을 발바닥 쪽에 쏠리게 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어깨와 상체의 힘이 빠지게 된다”면서 “저도 우승 경쟁 등 긴장된 상황에서 자주 쓰는 방법”이라고 공개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어드레스 때 등(척추)의 각도를 임팩트 이후까지 유지하라”는 것이었다. 몸이 일어나 척추 각이 변하면 정타가 어렵고 방향성도 지킬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박인비는 “자신을 정확히 파악할 것”을 강조하면서 “(연습장 등에서) 10~20개 정도의 볼을 하나의 클럽으로 치면서 자신의 거리를 테스트하고 그 평균거리를 자신의 거리로 적용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고양=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