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선동 혐의로 수감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석방하라고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이하 구명위원회)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등 56개 시민단체는 8일 오후 3시 30분 광화문광장에서 ‘사법 적폐 청산! 종전선언 촉구!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를 열었다.
구명위원회 등은 “검찰이 입수한 법원행정처 문건에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이 박근혜 정부 국정 운영의 대표적인 협력 사례로 기재돼 있다”며 이 전 의원을 ‘사법 농단의 최대 피해자’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또 사법 농단 책임자를 처벌하고 이 전 의원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이창복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격려사에서 “70년의 분단 적폐를 걷어낼 때”라며 “이석기 (전) 의원을 비롯해 감옥에 갇힌 모든 양심수와 웃으며 마주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아직도 차디찬 감옥에 이석기를 가두고 있다”며 “양심수들과 함께 손 붙잡고 통일을 노래할 때 ‘분단 적폐’가 끝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의원이 옥중에서 집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편지도 낭송됐다. 이 전 의원은 편지에 “적폐 세력은 촛불의 분열을 위해 많은 계책을 쓴다. 저들의 이간책을 이겨내고 우리는 한 번 잡은 손을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한다”고 썼다.
이날 집회는 주최 측 추산 2만여 명이 모였다.
구명위원회 등은 광화문 집회에 앞서 오후 1시 30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도 집회를 열어 사법 적폐 청산 및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했다.
주최 측 추산 3천여 명의 참석자는 대법원을 향해 플라스틱 공을 던지며 “양승태를 구속하고 사법 적폐 청산하라”, “이석기를 석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비슷한 시간 보수성향 단체들은 이른바 ‘태극기 집회’를 열어 정부를 규탄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무효를 촉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1시 30분 서울역에서 집회를 열고 세종문화회관까지 행진했으며 대국본과 자유대연합 등 보수성향 단체들도 도심 곳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석방운동본부의 행렬이 이석기 전 의원 석방대회가 진행 중인 광화문광장 주변 도로를 지나면서 긴장감이 돌았으나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대규모 인원이 밀집한 집회와 행진이 잇달아 열리면서 일대의 교통이 정체되고 큰 혼잡을 빚었다.
한편 ‘양승태 사법 농단 대응을 위한 대학생 시국회의’도 이날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서 집회를 열어 ‘사법 농단’에 연루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법관들을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주최 측 추산 200여 명이 모여 이른바 ‘적폐 판사’ 47명을 탄핵하고 구속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사회자는 각 법관의 이름·직책·죄목을 적은 피켓을 든 대학생 47명에게 탄핵을 통보했고, 다른 참가자들은 법관 역할을 맡은 대학생들의 피켓에 ‘구속’, ‘탄핵’이라고 적힌 노란 스티커를 붙였다.
이 단체는 또 영국 록밴드 퀸의 노래에 맞춰 세종로공원-안국역-종각-광화문광장 코스를 행진했다.